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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50대]<1>불안과 희망, 기로에 선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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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184회 작성일 06-11-1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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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50대]<1>불안과 희망, 기로에 선 그들"

 [동아일보]

《‘한국의 50대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본보 특별취재팀은 여론조사 기관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한국의 50대 정체성’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6∼23일 전국 50대 862명(남성 474명, 여성 388명)에게 14개 문항을 주고 인터넷으로 실시했다. 조사 문항에는 자신이 평가하는 가정 및 직장에서의 위치, 시대적 위상, 노후 준비, 삶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사건, 문화 소비 등의 항목이 포함됐다. 설문 결과는 신뢰구간 95%에 표준편차 ±3.3%였다. 》

설문 결과를 주요 대학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 18명에게 분석하게 한 결과 한국의 50대는 △퇴출 불안 속에 놓인 일중독자 △부양받지도 못하면서 자식에게 퍼주는 마지막 ‘바보’ 세대 △‘뽕짝’이 놀이의 주류인 문화 소외세대 등의 키워드로 압축됐다.
 
  이시형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장(전 강북삼성병원장)은 “현재의 50대는 신세대의 시작이며 구세대의 끝에 있는 어정쩡한 YO(Young-Old)세대”라며 “이들이 오늘날 한국의 밑바탕을 만들었지만 고생한 만큼 존경받지도 못하고 되레 자기 세대가 부정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 50대는 ‘직장 갱년기’

자동차부품회사 전무인 조모(53) 씨는 직장생활 27년째다. 특별한 걱정거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부쩍 가슴이 답답하고 입맛이 없다. 새벽에 잠에서 깰 때도 많다. 다른 회사 임원인 친구에게서 “그런 현상을 ‘직장 갱년기’라고 하는데 나도 2, 3년 전에 겪었다. 우리 나이에 다들 경험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별 위안이 되지 않았다.

고려대 정신의학과 이민수 교수는 “50대라는 나이 자체가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면서 정신적으로 소외감, 허무함을 많이 느끼고 우울증도 가장 많은 연령대지만 지금의 50대는 유난히 직장에서의 소외에 허약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50대는 ‘가족보다 일을 최우선’으로 하며 살았고 직장을 떠난 뒤의 삶에 대해서도 심리적, 경제적으로 준비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직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에 대한 불안이 유난히 강하다는 것.

설문조사에서도 50대는 여전히 직장에서 떠나기를 거부하는 일벌레였다.

‘50대가 은퇴하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절대 다수인 90.6%가 여전히 ‘아니다’고 대답했다. ‘왜 아니냐’는 질문에는 70.2%가 ‘일에서 나 자신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일중독자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 산업화 열매는 많지만 편중이 문제

‘일벌레’ 50대에게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인구학) 교수는 “현 50대는 산업화의 열매를 가장 많이 가진 세대”라며 “이익집단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첫 고령층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자산과 사회적 위치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을 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50대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아직은 사회를 이끄는 위치에 있다.

행정자치부의 세대별 토지보유 현황에 따르면 50대는 면적 기준으로 전국 토지(주택 포함)의 26.5%를 갖고 있다. 60대는 25.3%, 40대는 19.5%에 그친다.

보유 토지를 가격 기준으로 계산하면 1위인 50대(28.1%, 354조4480억 원)와 2위인 40대(24.5%, 309조7630억 원)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

50대의 자산이 가장 많은 것은 산업화 과정에서 집값 상승의 혜택이 이들에게 집중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 집값 폭등은 50대 내에서 소유 자산의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집값 폭등 탓에 3, 4년 전부터 인기지역 중대형 평형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자산은 수억 원에서 수십 억 원의 차이가 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준비 정도도 나쁘지 않다.

본보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초 연령별 건강관리 정도를 조사한 결과, 100점 만점에 50대가 83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건강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세대라는 얘기다.

○ “노후 준비, 사고의 전환 필요”

구청에 근무하다가 정년퇴임한 이모(59·대구 달서구) 씨는 올해 초 사업을 시작한 아들에게서 자금 지원을 부탁받았다. 이 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달라는 것.

그는 고민 끝에 아들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 씨는 “내 노후생활에서 유일한 밑천이 집 한 채인데 이걸 담보 잡힐 수는 없었다”며 “자식도 나중에는 이해하는 눈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씨와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50대의 다수는 아직도 자신의 노후 준비보다 자녀 뒷바라지에 얽매여 있다.

본보의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돈을 가장 많이 쓸 곳’에 대해 ‘자녀 결혼과 교육’(40.4%) 이란 응답이 ‘자신의 노후준비’(31.5%)보다 많았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50대는 스스로 지향하는 가치를 기준으로 행동하지 않고 선배에게 물려받은 막연한 사회적 통념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이 각각의 기로마다 기존 사고방식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나서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노후의 삶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새로운 노후모델’ 그들 손에

가교(架橋), 와인, 관성(慣性), YO, 빈 둥지 증후군, 신(新)고령, 국내용 아날로그(domestic analog)….

사회학자와 심리학자, 정신과의사 등 전문가들이 50대를 규정짓는 새로운 용어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용어들의 공통점은 ‘어정쩡함’이다.

‘노령’에 대한 의식과 전통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는 50대에게 어정쩡함은 숙명과 같다.

어정쩡함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

전문가들은 “불안과 상실감 한편에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고 성숙한 아름다움도 갖춘 것이 50대”라고 말한다.

50대의 그림자가 강조된 용어는 관성의 세대, 빈 둥지 증후군 세대, 국내용 아날로그 세대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임세원 교수는 관성의 세대에 주목했다.

시대의 변화를 알지만 물려받은 가치관의 관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세대라는 해석이다. 이런 세대는 기존 사고와 감정의 틀에 머문 채 바뀐 세상에 자신을 맞추지 못한다.

빈 둥지 증후군 세대라는 용어는 더 우울하다. 자녀들에게 헌신했던 만큼 그들이 떠난 빈 둥지를 견뎌야 하는 아픔도 크다.

성균관대 서용원(심리학) 교수의 진단처럼 글로벌 혁명과 디지털 혁명에 밀려나 국내에서밖에 ‘쓰일 데가 없는’ 아날로그 세대라는 얘기도 듣는다.

그러나 50대에게 기회와 가능성은 있다.

YO(젊은 고령)세대, 뉴 실버(새 고령) 세대가 그 가능성을 보여 준다.

과거의 고령층이 아프고, 가난하고, 즐길 시도조차 못한 세대라면, 상대적으로 오늘의 50대는 건강하고 웬만큼 경제적 여유도 있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을 찾으려는 세대라는 것이다.

서울시립대 이윤석(도시사회학) 교수가 “새로운 출발점에 선 50대는 한국사회에 ‘고령층’과 관련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늘의 50대가 기로에 서 있다고 말한다.

YO와 뉴 실버로 50대 이후의 삶을 탄력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관성과 빈 둥지 증후군, 국내용 아날로그라는 규정에 머물며 의기소침할 것인가.

선택은 50대 자신에게 달렸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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