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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동남아 이주여성> ④한국 가족도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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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876회 작성일 06-11-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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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급증하는 국제결혼

 ※편집자 주 = 한국 남성과 결혼해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이주여성 수가 매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배우자감을 찾지 못한 농어촌 등의 국내 남성들에게 외국여성과의 결혼은 매력적인 기회로 비칠 수 있다. 대부분 중국과 동남아 국가 출신인 외국여성 입장에서도 `잘 사는 나라'로 알려진 한국 남성과의 결혼은 경제적 풍요를 보장하는 `핑크빛 에스컬레이터'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양측 모두에게 현실은 꿈에 그린 것과 달리 냉혹하다. 특히 이주여성들이 낯선 한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문화적 격차는 `절망의 장벽' 그 자체다. 국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이주여성들의 고통은 한국인 남편과 그 가족에게도 고스란히 반사된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기 어려운 근원적 문제를 안고 출발한 만큼 꿈이 깨지는 고통도 똑같이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형태의 국제결혼이 우리 사회의 엄연한 현실로 이미 자리잡았다는 점이다. 이는 외국인 이주여성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절박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적 무관심 속에 안으로 곪아들어 온 외국인 이주여성 문제의 실상을 살펴보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총 7건의 특집기사를 마련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의 외국인 여성과 한국 남성이 가정을 이루는 국제결혼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됐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총 결혼 건수(31만6천375건) 가운데 국제결혼이 13.6%인 4만3천121건에 달했다. 국민 8명 당 1명꼴로 해외에서 배우자를 맞이할 만큼 국제결혼이 흔해진 것이다.

국제결혼 가운데 한국남성과 외국여성의 결합은 총 3만1천180건으로 전년 대비 21.8% 늘어났다.

국적별로는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이 2만685건(66.2%), 베트남이 5천822건(18.7%)으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일본(1천255건), 필리핀(997건), 몽골(561건), 우즈베키스탄(333건), 태국(270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은 전년보다 무려 136.5%나 늘어났는데 최근 몇 년간 부쩍 활발해진 국제결혼 알선업체들의 영업활동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국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 중에는 농어촌 거주가가 많다. 실제로 지난해만 봐도 국내 농림어업 종사자와 외국인 이주여성의 결혼이 2천885건이나 됐다. 이는 지난해 결혼한 전체 농임어업 종사자의 3분의 1이 넘는 35.9%가 국제결혼을 선택했음을 뜻한다.

이 수치는 전년(27.4%)보다 8.5% 포인트 높아진 것인데, 국내 결혼 시장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남성들이 점차 동남아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형태의 국제결혼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농어촌 총각 등 결혼시장의 주변부로 밀리는 남성들이 늘어나는 국내 상황과, 국제결혼을 통해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이주여성의 욕구가 서로 보완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남아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 남성은 대부분 빈약한 경제력과 국내 여성의 기피 등으로 국내 `결혼시장'에서 소외된 집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이들에게 중국이나 동남아 출신 여성과의 결혼은 독신생활을 면하는 거의 유일한 `현실적 통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일 잘하는 며느리' `순종적인 아내' 등 동남아 여성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통념 역시 한국의 농촌총각 등이 알선업체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하고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그렇지만 외국 여성들의 국내 이주가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 시대'의 특징인 경제적 불평등 구조에 비롯됐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불평등한 경제구조가 '빈곤의 여성화'를 낳고, 이는 다시 `이주의 여성화'로 이어져 현재 아시아 전역의 해외 이주자 가운데 여성이 무려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으로 이주하려는 대다수 동남아 여성들의 입장은 막대한 브로커 비용이 들어가는 `노동 비자' 대신 국제결혼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국제결혼에는 돈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가족의 생계를 해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여성들에게 손쉬운 선택 수단이 되고 있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이주여성간의 결혼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이들의 이혼도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 사이의 이혼 건수는 모두 2천444건으로 전년 대비 51.6%의 증가율을 보이며,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간의 이혼율을 앞섰다.

한국 남성과 이주여성간 이혼건수를 국적별로 보면 중국(1천431건)과 베트남(289건)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식 이혼절차 없이 헤어지는 사례까지 감안하면 실제 이혼건수는 통계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남성과 동남아 이주여성의 국제결혼은 당분간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한국염 대표는 "아시아 여성과 한국 남성의 결혼은 이미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2020년 무렵에는 결혼하는 국민 5쌍 가운데 1쌍은 국제결혼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②고단한 한국내 삶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지난해 10월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베트남 출신 뚜에(가명.23)씨는 올 여름 만삭의 몸으로 쫓겨나듯 집을 뛰쳐나왔다.

`땅도 많고 소도 많이 키우는 부유한 농촌 총각'이라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소개와 달리 남편(44)은 알코올 중독증까지 갖고 있는 가난한 소작농이었다.

결혼 초부터 술만 먹으면 "너희 나라는 거지 나라다. 너는 내가 돈주고 사온 여자다. 집에서 나가라"며 폭언을 일삼더니 급기야 임신한 몸에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뚜에 씨는 말이 통하지 않아 뭐라고 항변 한마디 못했고, 머나먼 이국 땅에서 도움을 청할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 나온 그는 전주의 한 이주여성 쉼터에서 생활하며 혼자서 외롭게 아이를 낳아야 했다.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이혼을 당한 터라 국적 취득도 어려워 결국 불법 체류자로 전락할 처지가 됐다.

그는 "이국생활의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향수보다 나를 정말 못견디게 했던 것은 어느 누구도 나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잘못된 결혼으로 내 인생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며 울먹였다.

같은 이주여성 쉼터에서 생활하는 필리핀 출신의 머린쪼이(가명.25)씨도 남편의 폭력 때문에 파경 위기를 맞은 케이스다.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논을 팔아 결혼비용을 댔다는 남편(50)은 "너 때문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며 틈만 나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휘둘렀다.

결혼조건으로 매달 일정액을 고향 부모에게 보내주겠다던 암묵적인 약속이 지켜지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 시동생마저 "음식을 못한다. 버릇이 없다"며 구박을 했다.

"왜 멍청하게 한국말도 못 알아듣느냐"며 화를 내면서도 시내에서 매주 한 차례씩 열리는 한글교육이나 이주여성 모임에 나가는 것은 일체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주고 집안일이나 해주는 가정부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내가 미국이나 유럽 여성이라고 해도 이렇게 무시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들 이주여성의 `실패'에는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순혈(純血)주의와 배타성, 인종적 편견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사랑을 전제로 한 결혼이라기보다 돈을 매개로 한 '거래'의 성격이 강한 데다 국제결혼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문화적 충돌과 정부 및 자치단체의 무관심도 한 몫을 했다.

그러나 가장 현실적인 이유로는 '소통이 불가능할 만큼 낮은 수준의 한국어 실력'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아시아 이주여성센터의 이지훈 소장은 "언어는 삶 자체며 가족간 상호 이해의 출발점"이라며 "그러나 이주여성들은 대부분 최소한의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한국어 실력을 가지고 있어 갈등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전문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고 있는 이주여성은 그리 많지 않다.

한국어 교육을 전담할 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남편이나 가족들의 이해부족과 소극적인 태도로 교육 기회 자체가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의 경우 2천600여명의 이주여성이 있지만 정부의 공식적 지원을 받는 한국어 교육기관은 2-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한국어 교육을 받는 이주여성도 전체의 10%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전북도청 여성가족과 송해인씨는 "언어는 사회적응에 있어 가장 기본적 수단이며 가족간 소통과 올바른 2세 교육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와 지자체는 정책적으로 한국어 교육기관과 인력, 장비를 확충해야 하며 가족들도 열린 마음으로 이들의 한국어 습득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③한국 시집서도 '따돌림'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 국제결혼을 통해 국내로 이주한 동남아 이주여성들이 한국 가정의 일원으로 뿌리 내리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한국사회 특유의 단일민족 이데올로기와 순혈주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성, 인종적 편견 등이 겹쳐져 상당수 이주 여성들은 남편과 시부모로부터도 가족 구성원으로 대접받지 못한 채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의 리위(가명.24)씨는 지난 3월 부푼 기대를 안고 경북의 한 농가로 시집을 왔다. 그러나 그는 고국에서 듣던 것과 판이한 현실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40대 농촌 노총각으로 알았던 남편 K씨는 실제로 70세 할아버지였고 거의 일상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다.

K씨는 "딸들이 모두 출가했고 아들은 일찍 죽어 내게 필요한 것은 대를 이을 아들뿐"이라며 자식을 얻는 것에만 관심을 보였고 아내로서 리위씨에게는 최소한의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는 리위씨에게 "한국말을 배우라"고 윽박지르면서도 자신은 베트남어를 배우려 하지 않았다.

그는 리위씨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주먹을 휘둘렀고 잔인한 방법으로 위협을 하기도 했다.

남편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리위씨는 여성종합상담소에 사연이 알려져 현재는 긴급피난처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현재 리위씨의 소원은 남편과 이혼하고 고향에 돌아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주여성 로라(가명.25.경북 거주)씨는 남편과 시부모로부터 한꺼번에 버림받은 사례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로라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해 한국에 왔으나 함께 사는 시부모가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며 폭언을 일삼았고 때로는 부부사이에 간섭을 하기도 했다. 남편도 술을 먹으면 가끔 폭력을 휘둘렀다.

로라씨는 "임신해서 먹고 싶은 게 있어도 사주지 않고 시댁 식구들이 모두 나를 무시하고 욕을 해댔다"며 "가전제품을 쓸 수 없게 한 곳에 놓어두고 문을 잠그는 등 사사건건 시어머니가 꾸지람을 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아파트에서 잘 산다'는 소개업소의 말과 달리 남편은 허름한 단독주택에 살았으며 직업도 변변치 못했다.

로라씨는 현재 임신 8개월로 한국에서 아이를 낳은 뒤 고국에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베트남 출신인 소리(가명.23)씨는 남편의 성적 학대와 무관심에 시달리다 결국은 이혼소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소리씨는 올해 초 결혼정보센터의 소개로 현재의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으나 첫날 밤부터 남편의 무리한 성적 요구에 시달렸다.

소리씨는 "나의 몸 상태를 생각하지 않고 (남편이) 계속 성관계를 요구했다"면서 "너무 힘들어 거절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고 전했다.

운수업에 종사하는 소리씨의 남편은 오히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소리씨에게 결혼생활의 책임이 있다면서 이혼소송과 함께 결혼정보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려 하고 있다.

소리씨는 현재 경북지역 한 도시의 이주여성쉼터에 머물고 있는데, 역시 이혼 후 고국으로 돌아가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주여성이 애초부터 위장결혼이나 돈을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고 보는 우리 사회 일각의 시각도 이주여성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한국인 남편은 이같은 편견에 사로잡혀 동남아 출신 아내의 신분증을 빼앗거나 전화통화를 못하도록 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베트남 출신 여성은 "(남편이) 친정 집에도 시댁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못하게 했다"며 "친정에서 산업연수생 등 한국에 들어오는 고향 사람에게 시댁에 전화를 해보라고 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나라로 도망갈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아예 같은 국적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이주여성은 "내 친구의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 나를 '화장실에 있다'며 바꿔주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면서 "내가 답답하고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소연 해도 친구들이 집에 찾아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여성긴급전화 1366, 여성의 전화 등 다양한 여성단체들이 이주여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폭력대피 쉼터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어를 잘 못하는 이주여성이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경북여성정책개발원 관계자는 "대부분 농어촌에 거주하는 이주여성들의 남편은 폐쇄적 성향이 강해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가 잦다"면서 "일단 결혼한 이상 이주여성을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④한국 가족도 피해자

 (광주=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이주여성의 결혼 생활이 원만하게 지속되지 못할 경우 이주여성만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이주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은 물론 그 가족들도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광주에 사는 김모(42.회사원)씨는 국제결혼 알선업체를 통해 지난 7월 베트남 출신 여성 A씨(20)와 결혼했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에 젖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김씨와 가족들은 A씨와의 사이에 거대한 `문화적 빙벽(氷壁)'이 가로 놓여 있음을 실감했다.

우리 말에 서툰 A씨가 한국문화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김씨의 어머니가 식사 준비 등 집안 일을 도맡아야 했다.

A씨의 남편과 부모는 졸지에 `상전'을 모시게 됐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왔고 처음이니까'라는 생각에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는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문제를 만들었고 종종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A씨의 시아버지는 어느 날 바람을 쐬러 나간 A씨가 장시간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A씨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자상한 걱정'은 과거 베트남 군사정권 시절 감시에 길들여진 A씨에게 `미행과 감시'로 받아들여졌다.

A씨는 집으로 돌아와 "시아버지가 나를 미행했다"고 불만을 터트렸고, 시아버지는 허탈감을 느꼈다.

A씨와 시집 식구 사이의 관계는 조금 나아졌지만 문화적 차이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혼을 통해 전남 영광으로 이주해온 베트남 여성 B(23)씨의 가족 사정도 마찬가지다.

B씨의 시어머니(69)는 B씨의 손을 잡고 사회단체가 운영하는 외국인여성 한글교실에 찾아와 며느리와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고충을 털어 놓았다.

B씨의 시어머니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며느리도 답답하겠지만, 나와 아들은 매일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어 불통은 부부싸움을 거쳐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필리핀 출신의 C(19)씨는 지난 3월 나주시에서 중장비 기사 일을 하는 이모(30)씨와 결혼했지만 결혼 초기부터 언어 문제로 남편과 자주 다퉜다.

결혼한 지 한 달 만에 C씨는 `못살겠다'며 남편에게 여권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씨도 이같은 일이 반복되자 결국 여권을 내주고 말았다.

현재 C씨는 여권을 갖고 가출해 행방을 감췄으며 이씨는 재판을 통해 C씨와 이혼했다.

결혼 한 달 만에 `신혼의 단꿈'이 `이혼의 아픔'으로 변해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코시안'으로 통하는 이들의 2세에게까지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2002년 한국 남성과 결혼해 전남 화순에 둥지를 튼 태국 여성 D(28)씨는 이국의 삶도 버거운데 5살 난 아들 준혁(가명)군 때문에 가슴 속 상처가 더 깊어졌다.

5살 치고 언어발달이 매우 더딘 준혁이는 아직 `엄마' `아빠'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하고 유치원에서도 외톨이로 지낸다.

농사를 짓는 아빠(43)의 무관심과 한국말이 서툰 엄마의 한숨 속에 어쩔 수 없이 `왕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남아 여성의 한국정착을 돕고 있는 '가정을 건강하게 하는 시민의 모임' 소속 김복순 상담원은 "동남아 여성들과 사는 남편들이 모두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언어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가정폭력이 잦은 것을 사실"이라면서 "가정폭력이 일어나면 가장의 품위를 상실하는 남편과 가정폭력을 지켜보면서 자라는 자녀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코시안으로 불리는 2세들은 한국어에 서툴고 생김새가 달라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곤 한다"면서 "코시안들의 소외감은 장차 심각한 사회문제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⑤무책임한 결혼중개업소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초혼·재혼·장애인도 상담 가능', `후불제, 베트남 신부와 결혼하고 난 후 결혼비용 지불'…

언제부터인지 농촌 곳곳의 전봇대나 가로수에 덕지덕지 나붙기 시작한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광고물에 적힌 문구다.

그러나 중개업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커플이 얼마 가지 못해 파경을 맞거나 학대 등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중개업체를 통한 결혼은 우선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

한국 남성이 베트남,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의 여성을 신부로 맞으려면 중개업체에 1인당 500만∼1천만원을 내야 하고 이와 별도로 신부 쪽에 1천만원 안팎을 결혼 비용으로 준다.

그러나 일부 중개업소가 계약 조건을 어기고 예식 비용, 의상비 등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신부 집에 전달돼야 할 결혼 비용의 일부를 가로채기도 해 종종 분쟁이 일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남자가 예비신부를 만나러 출국하기 직전 알선업체가 갑자기 "패물을 신랑 쪽이 준비해야 한다"고 요구하거나 국내에서 본 사진과 전혀 다른 여성을 소개한 사례 등이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단순히 돈 문제에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중개업체가 결혼생활에 결정적 장애가 되는 상대방의 문제점을 숨겨 파경을 맞도록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A(남)씨는 중국동포 여성과 중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국내로 데리고 들어오려고 했다가 신부가 한국에 불법 체류했던 전력이 드러나 입국을 거부당했다.

중개업소에 전액 배상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B(남)씨는 한달 전 결혼한 우즈베키스탄 신부가 입국 당일부터 헤어져 달라고 요구해 사흘 만에 합의이혼을 결심했다.

더 충격이 컸던 것은 이혼수속을 위해 출입국 기록을 조회하고 나서다.

신부가 예전에 한국에 입국해 유흥업소 스트립 댄서로 일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결국 B씨는 중개업소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심지어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 중인 여성이나 유부녀를 신붓감으로 소개하는 일도 없지 않다.

결혼을 위해 국내에 들어온 여성들도 "속아서 결혼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개업소가 남편감에 대해 거짓 정보를 제공하거나 폭력 성향, 알코올중독, 경제적 무능력, 정신병력, 난치병 등을 숨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여성은 `별 이유 없이 3개월 안에 집을 나가는 경우 여성부모가 2천500달러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관행이어서 쉽게 이혼을 요구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일부 중개업체는 한국인 남편 쪽에 "여성들의 가출이나 이혼 요구를 막기 위해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 좋다"는 상식밖의 `조언'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여권과 외국인 등록증을 압수하라", "외출을 못 하게 용돈을 주지 말라", "같은 나라 친구들과 전화를 못 하도록 하라"며 국제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를 부추긴다.

베트남 출신 신부와 한국 남성의 결혼을 7년째 알선해 온 한 중개업자는 "국제결혼 실패 사례가 잇따르면서 올 봄부터 베트남 정부가 신부들의 출국 허가를 꺼리고 있어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중개업소가 혼례를 중개하는 방식 자체에 인권 침해 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에서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면 다음날 곧바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하지 않은 채 합방을 하는 게 보통인데 이는 `인신매매'와 `성매매'에 해당한다고 일부 여성단체는 주장한다.

실제로 현지 결혼식에 이어 성관계를 가진 뒤 마음이 바뀌어 결혼을 취소하는 사례도 없지 않다.

또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업체 상당수가 여성 회원의 사진, 이름, 나이, 학력 등 배경을 그대로 노출시켜 누구나 열람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

광고문구 역시 문제다. `몸매가 대부분 날씬하고 하체가 길다', `성에 대해 일찍 눈뜨지만 문란하지 않다', `나이 차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므로 한국 남성은 연령에 관계없이 쉽게 장가들 수 있다' 등 특정 국가 출신 여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이 많다.

마치 쇼핑몰에서 사진과 설명을 보고 물건을 고르듯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퍼뜨릴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주여성정책연대의 김민정 정책실장은 "국제결혼 중개업소들의 관행은 여성을 매매가능한 물건으로 격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반인권적"이라며 "업체는 엄청난 이윤을 챙기고 있으나 정작 문제가 발생하면 나몰라라 뒷짐만 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중개업체 대표는 "중개비용을 싸게 부르는 일부 업체가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왜곡된 정보를 제공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국제결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개업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며 당사자들의 거짓말이나 지나친 기대로 인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⑥미온적인 당국

(청주=연합뉴스) 박종국 기자 = 국제결혼의 급증으로 외국인 이주여성과 그 2세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대책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다.

올 6월 공개된 한 정부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이뤄진 결혼 가운데 국제결혼은 모두 4만3천121건으로 13.6%를 차지했다. 1990년의 1.2%에 비해 무려 11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다.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2세 가운데 초.중.고에 재학중인 혼혈아가 이미 9천여명이며, 2010년에는 그 숫자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관계 당국은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주여성과 2세들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비해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대책은 크게 미흡한 실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 이주여성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거주지 분포나 자녀 수, 취업 현황 등 기본적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5년 12월 현재 부산 거주 이주여성 3천318명 가운데 1천550명에 대해서만 정확한 주소가 파악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대책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거나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이주 외국인들의 안정적인 사회 적응을 위해 제정토록 지침을 내린 `거주 외국인 지원 조례안'은 아직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행정자치부의 표준안이 마련되는 대로 관련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부분 내년이후에나 조례 제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여성의 정착이나 인권보호 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대구이주여성인권상담소가 올해 상담한 이주 여성 50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 임신 상태에서 구타 당한채 쫓겨나 불법 체류자가 되거나 가혹하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을 보호하거나 구제해 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주여성의 이혼도 급증해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은 올해 이주여성의 이혼건수가 2천444건으로 2004년(1천611건)보다 51.7%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의 결혼이민자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31%가 언어폭력을 경험했고 14%는 신체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주여성의 인권 침해와 이혼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데도 이들을 보호해줄 사회 안전망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코시안'으로 불리는 2세들에 대한 대책도 매우 허술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2세 초.중.고생의 수가 9천여명에 이르고 있지만 이들만을 위한 지자체나 일선 학교 차원의 특별프로그램은 전혀 가동되지 않고 있다.

혼혈 아동 가운데 상당수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혼 알선업자들이 외국인 신부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결혼 생활을 과대포장하거나 한국 남성들의 경제적 능력 등 신상정보를 부풀리는 사례가 잦고 이로 인해 결혼과 함께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이들 업소에 대한 행정당국의 단속은 느슨하기만 하다.

시어머니를 7년째 봉양하면서 효부로 선정돼 올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에미레 데베렌 하바데(37.충북 청원)씨는 "돈 없는 노총각이 동남아에서 딸같은 어린 신부를 데려와 자랑하는 것을 보면서 진정한 결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악덕 결혼 알선업자를 퇴출시키는 것이 이주여성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응우엔 장(26.여.청주시 율량동)씨는 "한국에 온 지 3년 됐지만 어디서 한국말이나 예절, 문화를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농촌에 사는 외국인 주부들은 관련 시설도 부족하고 남편과 시부모 눈치가 보여 아예 기회조차 없다"고 호소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센터의 주경미 박사는 "다민족 사회로 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이주여성 문제를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커질 수 있다"며 "결혼 이주여성은 우리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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