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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키드’ 시대]<상>한 자녀 가정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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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291회 작성일 07-03-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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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아이 한 명과 부모가 함께 사는 ‘싱글 키드 가정’이 늘고 있다. 양육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담 때문에 한 자녀로 만족하는 가정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녀가 둘 이상이더라도 조기유학을 보내 혼자가 아닌 혼자로 자라는 ‘싱글 키드’도 있다. 한 자녀 시대를 살고 있는 엄마들의 고민과 양육에 대한 조언을 상·하로 나눠 살펴본다.》

외둥이 한수(가명·9)네 집에는 낮에도 TV가 켜 있는 경우가 있다. 하루 종일 직장에 나가 있는 엄마도 아빠도, TV보다는 컴퓨터를 더 좋아하는 한수도 TV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TV에서 흘러나오는 사람 소리는 아무도 마주하는 이가 없는 빈집에 홀로 남는 한수에게 더없는 위안이 된다. 수십 번씩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며 엄마의 흔적을 찾던 한수는 TV 소리를 뒤로한 채 학원으로 간다.

대학생, 고등학생, 초등학생 세 명의 아이를 둔 주부 김모(48·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씨. 첫째, 둘째 아이는 모두 외국 유학 중이다. 김 씨는 얼마 전 막내아들의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소리를 들었다. 한 학부모가 막내아들 이름을 대며 “혼자 있는 허전함을 친구들을 못살게 구는 것으로 달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집에서는 얌전한 편인 막내아이가 밖에서는 난폭한 아이로 평가받는 사실에 놀랐다. 그러면서 막내가 3년째 형, 누나와 떨어져 ‘외둥이 아닌 외둥이’로 자라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깨달았다.

○ 유학 간 형제와 떨어져 외둥이 아닌 외둥이도

싱글 키드 시대가 열리고 있다.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 취업난과 만혼, 지속되는 경기 침체는 일부 부부들에게 ‘한 자녀’라는 불가피한 선택을 강요했다. 2005년 현재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1.08명이다. 1990년대 말까지 1.5명보다 약간 높은 수준을 유지해 오던 합계출산율이 2002년 이후 급락했으니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인 한 자녀 시대가 열린 셈이다.

또 김 씨네처럼 형제 가운데 한둘이 유학을 떠나 나머지 한 아이만 부모가 양육하는 집도 늘고 있다. 대개 뒤늦게 태어난 막내가 집에 남는 경우가 많다.

1998년 1562명이던 초중고교 해외 유학생은 2005년 현재 2만400명(부모 파견근무 등 제외)으로 13배가량 늘어났으니 핵가족이 교육문제 때문에 더 분열되고 있다.

○ 사랑을 주고 받는 쪽 모두에게 부담

한 자녀만 키우는 엄마들의 고민은 남다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엄마는 형제자매가 없으니 자녀가 컴퓨터나 TV에만 빠져 있지는 않을지, 전업 주부는 한 아이에 대한 과잉 애정으로 아이가 부모 의존적으로 자라나지나 않을지 걱정한다.

중학생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최성옥(42·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직장 일을 접었다. 평소 교우관계도 좋고 자기 일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자립적인 아이였는데 어느 날 아이와 나눈 대화가 최 씨의 인생 진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몇 명이나 낳고 싶으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꼭 둘 이상은 낳겠다는 거예요. 자기처럼 외롭게 자라게 하고 싶지 않다면서 말이지요.”

최 씨는 그 길로 당장 애견센터로 달려가 아들이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강아지 한 마리를 사주고 일을 그만둘 결심을 굳혔다. 자신이 외동딸로 자랐다는 전모(39·서울 송파구 오륜동) 씨는 “예전처럼 형제자매 간 소통이 많던 시대에도 혼자 자라면서 꼭 형제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면서 “애가 하나면 아무래도 부모의 기대와 애정이 너무 넘치기 때문에 이를 받는 측에선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KBS의 시사기획 프로그램 ‘쌈’과 한양대 소아정신과 안동현 교수팀이 공동으로 서울시내 초등학생 750명과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아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적극 참여’ 부문과 자녀의 요구에 얼마나 민감한지 알아보는 ‘애정’ 부문에서 한 자녀 부모가 다자녀 부모에 비해 더 높은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부모는 한 아이를 키우기가 쉽지 않고 그 아이는 부모의 애정이 부담이 되는 시대다.

박완정 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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