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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공주병 엄마 모시고 사는 무수리 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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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392회 작성일 07-07-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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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요? 공주병 엄마 모시고 사는 무수리 딸이죠

“너 그런 몸매로 웨딩 드레스가 가당키는 하니? 나 같으면 결혼 얘기 꺼내지도 못하겠다. ” “난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어. 밥은 네가 알아서 차려먹어. 다 큰 애가 그런 것도 못하니?”

드라마 속 못된 시어머니의 대사일까. 얼마 전 김진영(가명·28·회사원)씨가 직접, 그것도 ‘어머니’에게 들은 말이다. 바로 친엄마에게서.

◆공주 엄마 vs 무수리 딸

20살에 결혼해 진영씨를 낳았다는 그녀의 어머니는 흔히 떠올리는 ‘아줌마’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55사이즈를 넉넉히 소화할 정도의 가분한 몸매에 40대 초반 정도로 젊어 보이는 얼굴까지 외모부터 남다르다. 게다가 중학교 교사라는 탄탄한 직업까지, 외형적으로 볼 땐 가족의 ‘자랑’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설거지, 밥차리기, 청소 등 집안 일은 큰딸에게 맡기고, 그렇게 도와주는 딸에겐 “저 하체 비만, 어떻게 할거야”라며 짜증내기 일쑤다. 이전엔 아버지가 엄마를 ‘제어’한 적도 있지만, 얼마 전 명예 퇴직한 뒤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엄마가 나무라는 소리에 항상 자괴감에 휩싸여 산다는 진영씨는 이렇게 말했다. “저요? 공주 엄마 모시고 사는 무수리 딸이죠. 무수리는 무수리를 알아봐서인지, 제 친구들도 다 공주 엄마한테 눌려 사는 무수리들이에요.”

◆‘○○ 엄마?’ 아니다. 난 ‘○○○’ 이다.

일명 ‘공주병 엄마’로 불리는 이들 부류는 대개 40대 중·후반에서 50대 초반으로, 집안일이나 아이들 양육 보다는 스스로에게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게 대부분이다. 일견 ‘당당한 엄마’ 같지만, 문제는 딸 혹은 자녀를 ‘희생양’ 삼아 그들을 딛고 오르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설명이다. 특히 쇼핑을 다닐 때 이런 점이 두드러지는데, ‘못난’ 딸을 동행하는 데서 짜릿함을 느낀다고 한다. “어머, 진짜 어머니 맞으세요? 이모 아니에요?”라는 점원들의 공치사를 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타입들. 공주 엄마 때문에 가출까지 해봤다는 윤혜정(29·회사원)씨는 “요즘엔 ‘네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아야겠다. 너 결혼하지 말아라’고 하는 통에 답답해 죽겠다”고 토로했다. 김병후 정신과 전문의는 “모든 걸 자식에게 쏟아 부은 뒤 사그라져버리는 과거의 부모상이 많이 사라진 데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본인의 삶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인권이 강해지면서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는 것.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개인적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보통 희생을 강요 받으면서 자란 세대가 끝나고, 애지중지 보호 받으며 자란 세대가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생긴다”고 진단했다. 이들이 나이 들어 할머니가 됐을 경우 ‘손자, 손녀 봐 주기 싫다’며 도망 다니기 일쑤라고 한다.

◆‘동안(童顔), 얼짱, 몸짱’ 열풍이 엄마의 공주병을 키운다.

‘공주병 엄마’ 세대들에게도 아픔은 있다. 대부분 고졸 이상의 학력에, 사회적 역량을 펼칠 잠재력은 있지만 사회 환경상 이들의 자아 실현을 할 공간이 충분치 못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을 짜주는 등 그들의 삶에도 관여했지만, 대리 만족으로 채워질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 공허함을 ‘여성성 강조’, ‘외모 꾸미기’ 등으로 채우려는 것. 동덕여대 사회학부 안명희 교수는 “사회를 강타한 ‘동안, 얼짱 열풍’ 등이 40대 후반 그들 세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자기 능력과 자긍심을 손쉽게 고취시킬 수 있는 부분이 다이어트 혹은 외모적인 변화로 이어졌다”며 “집안 내에서 아버지의 위세가 약해지는 대신 엄마들은 문화센터나 반상회 모임 등을 통해 활동력이 강해져, 정서적 주도권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권한이 커지면서 문제가 파생된다”고 말했다.

◆고통 겪는 딸, 엄마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말라.

왜 딸이 희생양이 되는가. 동덕여대 안명희 교수는 “엄마 곁에 있고, 정서적 거리 역시 가장 가깝고, 엄마와 동일시 될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딸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애증관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김병후 박사는 “딸을 부속품처럼 여기거나, 계속적인 요구를 한다면 엄마와의 관계에서 반드시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의 요구대로 다 해 주다 보면 결국 딸은 과거의 ‘어머니’들처럼 희생을 강요 받게 되고, 그 스트레스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불행한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엄마의 요구를 차근차근 줄이는 건 불가능하므로 단번에 좌절시켜야 한다”며 “처음엔 엄마의 분노가 폭발하거나 집안의 평화가 깨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결국에는 갈등이 사라지고 엄마도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고 전했다. “지금 어머니들은 부모의 개입을 크게 받지 않고 자라 ‘강력한 자아’를 갖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머니들의 막대한 개입 속에서 휘둘렸기 때문에 ‘나약한 자아’를 갖고 엄마의 위세에 눌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여성’인 엄마를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금주 교수는 “엄마를 욕망을 가진 중년 여인으로서 봐주는 안목을 키워야 그런 행동들이 눈에 거슬리지 않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일보-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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