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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다문화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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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415회 작성일 08-01-0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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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다문화 가정

 [동아일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우리나라도 ‘다문화시대’에 들어섰다. 10명 중 1명은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확대는 ‘한국인(Korean)’이 ‘세계인(Cos-mopolitan)’으로 변화하는 ‘코스모폴리탄(Kosmopolitan)’ 시대의 긍정적인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거리가 멀다. 가족 구조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현주소와 우리사회의 의식구조, 이들이 편히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 대책 등을 3회 시리즈로 싣는다.》

국제결혼 외국인 10만명 시대

말만 ‘다문화’… ‘한국화’ 마음고생

“한국 음식 양념 많이 들어가서 처음에는 만들기 힘들었어요. 지금은 잘 만든다고 어머님이 칭찬 많이 해줘요.”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서 열린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한국요리 교실’에서 베트남 출신 이지선(24·서울 구로구 고척동) 씨는 “한국 음식 맛있다”면서 연방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고 있다.

‘윈티베투’라는 베트남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불러 달라는 그는 한국요리 교실뿐만 아니라 한국어교실에도 열심히 나온다. 5년 전 결혼해 택시운전사로 일하는 남편(44), 시어머니(70), 아들(4)과 사는 이 씨는 “베트남에서 친정 부모님을 모셔오는 것이 꿈”이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 “한국식 배우기 힘들어 떠나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들은 이 씨처럼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 외국기업인의 수가 제자리걸음인 것과는 달리 최근 5년 동안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루며 한국에 사는 외국인은 2002년 3만4710여 명에서 2007년 10만4749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업무, 학업 등을 이유로 국내에 단기 거주하는 외국인들과는 달리 이들은 영구 혹은 장기 거주하며 ‘다문화가정’을 이뤄가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국제결혼 가정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로 다문화가정을 이루며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인식이나 정부의 지원은 과거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국적기업의 고위 간부인 미국인 존 박스터(가명·42) 씨는 한국 여성과 결혼해 한국에서 6년째 살고 있다. 그는 “김치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고 말할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지만 2, 3년 내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박스터 씨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한국에 왔으면 한국식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언제 어디서나 ‘우리(We)’를 앞세우는 단일민족 문화 때문에 한국에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 2020년엔 20%가 다문화가정

특히 아시아권 출신의 결혼이주 여성들이 느끼는 한국문화에 대한 적응 압력은 더 크다.

1990년대 중반까지 외국인 남성과 한국인 여성의 결혼이 국제결혼의 주류를 이뤘던 것과는 달리 1995년부터는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인 남성 수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성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전체 국제결혼 중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의 결혼이 3만1180건으로 72.3%를 차지했다. 2020년에는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이룬 가족이 전체 한국 가족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는 외국인 여성은 중국,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권 출신이 80% 이상이다. 우리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 출신인 탓에 적응 과정에서 가정폭력, 인권침해, 인종차별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달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상담을 요청한 한 캄보디아 여성은 “남편과 시부모님이 한국말을 못한다고 화를 자주 내고 자신이 외출하는 것도 싫어한다”면서 “‘못사는 나라에서 온 주제에…’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서글프다”고 말했다.

○ 한국화하기보다 타문화 이해를

4년 전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이종훈(42·인천 강화군) 씨는 지역 내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아내 나라 말 배우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다.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 답답해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지만 아내와의 문화적 차이를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 씨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한 다른 동네 남성들과 함께 ‘필리핀 가정 모임’을 만들어 필리핀 음식을 나눠먹으며 아내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우리 사회가 국제결혼한 외국인을 ‘다문화’라는 이름으로 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화’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면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는 것은 한국의 글로벌화를 앞당기는 자산이 될 수 있는 만큼 결혼이민자 문화를 존중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이주여성 결혼 현황은

中 66%… 베트남 18%로 2위

농어촌 총각 41% 국제결혼

결혼이주여성들은 주로 어떤 경로를 통해 한국에 왔을까. 한국여성개발원이 지난해 결혼이주여성 가족 6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전문 중개업체와 개인적인 소개가 각각 45%로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10%는 연애를 통해 결혼했다.

개인적 소개는 1990∼2000년 결혼이주 초기에 많이 이뤄진 반면 2000년 이후에는 중개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인, 우즈베키스탄 출신 여성은 한국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친구나 친지 등의 소개로 결혼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여성은 중개업체를 통하는 경우가 많았다.

출신 국가는 중국이 1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금은 감소 추세다.

통계청 인구동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81.5%로 최고점에 이른 후 2005년 66.2%까지 떨어졌다. 반면 2001년 1.3%에 불과했던 베트남 여성은 2005년 18.7%에 이르러 2위로 급성장했다.

2005년 결혼이주여성 7만5011명 중 74%(5만5508명)는 도시에 거주하고 있고 1만9503명(26%)은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남성 농업·어업 종사자 8596명 중에서 41%(3525명)가 국제결혼을 했다.

이혜경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는 자녀, 취업 문제에 관심이 많은 반면 농촌에 정착한 경우는 언어, 예절 등 한국문화 배우기에 관심이 높다”면서 “도시와 농촌지역에 적합한 맞춤형 결혼이주여성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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