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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따, 아이는 왕따” 직장맘,정보 소외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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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505회 작성일 08-05-0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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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엄따, 아이는 왕따” 직장맘,정보 소외에 운다

  뉴스메이커 |


맞벌이 부부 시대의 우울한 초상 '엄따'
문제 해결은 학교장과 담임의 노력 여하에

"얼마 전 초등학교 2학년 딸이 '엄마도 학교에 자주 왔으면 좋겠어'라고 하더라.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직장이어서 학교 참여 활동에 인색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엄마 때문에 기세등등하고 상도 많이 받는 친구를 보면 한참 부러웠던 모양이다. '직장맘'은 아이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 아프다."

 학생들 등굣길에 교통 지도를 하고 있는 녹색어머니회는 엄마들 사이에서 참여를 꺼려하는 활동으로 꼽힌다.
 서울 서대문에 있는 농협박물관에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생들. 초등학교 저학년 현장학습에는 엄마들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생 하굣길에 마중나온 학부모들. <경향신문>

  학교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아이를 데리고 가는 한 엄마의 모습. 초등학교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다양한 학교 활동에 어머니들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엄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마가 참여해야 하는 학교 활동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영진 기자>
성미연(가명)씨는 여행업 관련 회사에서 부장으로 일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늘 딸에게는 죄인이 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친정어머니가 돌봐줘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성씨는 말로만 듣던 '엄따'(엄마 왕따)를 당하면서 주눅이 드는 직장맘으로 변하고 있다.

'엄따'라는 단어가 요즘 초등학생을 둔 직장맘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엄따는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전업주부 엄마들이 직장맘을 소외시키는 현상을 가르키는 신조어다. 아이들 세계에 '왕따'가 있다면 직장맘들의 세계엔 '엄따'가 있는 것이다.

직장맘이 늘어나면서 엄따는 알게 모르게 학부모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여성정책연구원의 주재선 전문연구원이 분석한 '2007년 여성고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의 인구는 1009만2000명으로 2006년에 비해 9만여 명이 증가했다. 특히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6년에 비해 9만4000명으로, 0.4%가 증가해 49.9%나 된다. 또 연령별로 보면 학부모인 40대 이상 여성의 경제활동은 증가한 반면, 30대 미만 여성의 경제활동은 결혼과 육아 문제로 감소했다.

맞벌이 부부와 직장맘의 수는 계속 늘어나지만, 초등학교 현장에서 직장맘을 배려하는 정책이나 제도는 거의 없다. 오히려 학교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엄마의 학교 활동을 더욱 많이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학교가 해야 할 일을 엄마의 노동력으로 해결하는 셈이다.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를 둔 엄마는 급식, 학교청소, 환경미화, 녹색어머니(오전, 오후 등·하굣길에 교통 지도를 하는 역할), 현장학습 등 한 달에 한 번 이상 학교에 나가야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를 중심으로 학생 보호를 위한 '안전 둥지회'를 조직하라는 공문을 학교에 보냈다. 안전 둥지 회원은 오후 3시부터 해질 때까지 학교 주변을 돌면서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일을 한다. 하지만 엄마들 입장에서는 이 시간에는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하고, 실제 사건이 터졌을 때 엄마들의 안전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안전 둥지회 회원에게 지급되는 것은 비상용 호루라기, 노란 모자와 조끼가 전부기 때문이다. 호루라기 하나로 아이와 엄마의 안전을 지켜내라는 것.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안전 둥지회' 엄마를 모으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또한 아이가 회장이나 부회장을 맡으면 엄마는 덩달아서 학급 임원이 되고, 더 많이 활동해야 한다.

전업주부의 경우에는 그나마 학교 활동에 참여하기가 비교적 쉽지민, 직장맘은 월차나 보건휴가를 사용해도 학교의 요구대로 움직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학교에서는 전업주부와 직장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전업주부 입장에서는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마련이고, 직장맘은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니까 전업주부 눈치를 보게 된다"고 주눅드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업주부-직장맘 보이지 않는 벽

"초등학교 1~2학년 때 아이가 받은 점수는 엄마의 노력 점수와 똑같다. 엄마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성적이 달라지는 때라서 엄마들이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할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를 둔 최미숙(가명, 서울 석관동)씨의 이야기다. 전업주부인 최씨는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로 소문이 나 있다. 아이의 현장학습에는 교사의 점심까지 챙겨서 참여하고, 대부분 급식과 학교 청소 등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최씨처럼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하는 동료 엄마가 반에 5~6명 정도 된다. 최씨는 "참여하는 엄마들이 많은 반 담임은 어깨가 으쓱해진다"면서 "교사들 사이에서도 아이 엄마의 학교 참여 숫자가 빈익빈 부익부다"고 전한다. "학교 활동을 참여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는 "남편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희생이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면서 웃는다.

전업주부들은 대부분 최씨와 비슷한 생각을 한다. 반에서 학부모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미경(가명)씨는 "임원이다 보니 학교 활동에 빠지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이씨 역시 청소, 운동회, 학예회, 현장학습 그리고 임원회의까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더운 날에는 임원 엄마들끼리 돈을 모아서 아이들에게 줄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사서 학교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최씨는 "저학년 때부터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하는 엄마들과 6년 내내 어울린다"면서 "서로 이야기도 통하고, 도움도 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채미령(가명)씨는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아이를 둔 전업주부다. 채씨가 학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한 것은 "아이들은 엄마가 학교에 자주 오면 든든해하고 능동적으로 변한다"면서 "엄마의 활동 여부에 따라서 아이의 학교 생활도 달라지기 때문에 열심히 참여했다"고 말한다. 또한 담임교사도 활동에 적극적인 엄마의 아이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

전업주부는 '아이를 위해서'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학교에 자주 가면 아이들의 '기'가 살고, 교사의 관심을 아이들이 더 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학교 활동 참여에 적극적인 엄마들은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마련이다. 학교와 담임 이야기, 학원과 과외 이야기 등 아이들의 교육에 꼭 필요한 '생생한' 정보를 이 모임을 통해서 공유한다. 직장맘이 전업주부 앞에서 주눅이 드는 것은 이런 정보 때문이다.

학교 자주 가면 아이들 기살아

1년에 한 번 열리는 학부모 총회 참여만으로는 이런 정보를 알 수 없다. 이때 힘을 발휘하는 것이 전업주부들의 '스파이급' 정보 안테나. 전업주부는 담임교사를 미리 경험해본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감을 잡고, 학교 활동에 같이 참여하는 엄마들과 공유한다. 하지만 그 정보가 직장맘에게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직장맘이 전업주부에게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도 눈치 보이는 일이다.

직장맘이 가장 곤혹스러운 날은 학교의 재량 휴일이다.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갑자기 학교 휴일이 정해지면 직장맘은 아이를 맡겨둘 곳을 찾느라 부산을 떨어야 한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은 당번을 정해 친한 아이들을 모아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을 가면서 별 무리 없이 하루를 보낸다. 또 학교가 끝나면 전업주부들은 아이들을 한꺼번에 모아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직장맘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직장맘은 학교가 끝난 아이를 휴대전화로 '원격 조정'해야 한다. 서울 공릉동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직장맘 윤숙영(가명)씨는 "직장맘 사이에서는 '원격 조정'이라고 하는데, 학교가 끝난 아이를 휴대전화로 뭘 해야 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줘야 한다"면서 "전업주부는 당번을 정해서 서로 아이들을 돌봐주는데, 그런 모습이 너무 부럽다"고 한탄한다. 전업주부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도 엄마들이 돌봐주지만, 직장맘의 아이는 학교가 끝나면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거나 PC방을 전전하기도 한다.

대기업에서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 제미숙(가명)씨는 "아이가 이번에 입학했는데 엄따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걱정을 많이 했고 실제로도 느끼고 있다"면서 "전업주부 엄마들끼리 모여서 선생님 선물도 마련하고, 선생님에 관한 정보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래서 토요일에는 어떻게든 학교에 가서 엄마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엄따를 이겨내는 중이다"라며 웃는다.

성미연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 엄마의 학교 활동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성씨는 어머니회에 참석하고 싶어서 모임시간을 저녁으로 옮기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전업주부들이 반대해서 무산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토요일에 학교에 가서 청소하던 것을, 어느 날 반대표 어머니가 문자로 "청소하는 날을 수요일로 바꿨다"고 보낸 이후에는 학교 청소도 할 수 없게 됐다. 성씨는 "직장맘의 생각은 물어보지도 않고 그렇게 바꿔버리면 어떻게 학교 활동에 참여할 수 있냐"면서 "막상 학교에 가도 전업주부 엄마들이 직장맘은 알은체도 안 하고, 끼리끼리 뭔가를 하는 것을 보고 너무 화가 났다"고 하소연한다. 또 "차라리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학교에 오지 못하게 하면 서로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초등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미숙(가명)씨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두고 있다. 김씨의 아이는 다른 학교에 입학해 서로 함께 지내지 못한다. 그래서 교직원이지만 직장맘의 아픔을 절실하게 느끼는 중이다. 김씨는 "엄마들이 급식도 하고 청소도 하는 것을 이해는 한다"면서 "하지만 교사가 그런 어머니들에게 휘둘리는 것을 보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고 말한다. 엄마의 활동 여부에 따라 아이가 상을 받는 횟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보건휴가라도 내서 학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 재량휴일, 가장 곤혹스런 날

교사들도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엄따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 목동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 윤문숙(가명) 교사는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엄마들을 만나면 애한테 올인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그런 엄마들은 서로 모여서 그룹 과외도 하고 아이를 서로 실어나르기도 하면서 뭉친다"고 말한다. 또 "학부모들은 공교육만으로는 만족하기 힘든데, 전업주부 엄마들이 공유하는 학원이나 강사 정보는 검증된 것이기 때문에 직장맘과 공유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많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학교에 엄마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는 것이 교사와 학생에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현장학습에 엄마들이 참여하는 경우 담임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더 어렵다. 아이가 엄마를 보고 어리광을 부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엄마에게 너무 의존하게 되면서 자립심이 줄어드는 역효과도 있다. 심지어 전업주부는 "직장맘이 학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니까 전업주부만 더 힘들어진다"는 항변으로 교사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를 금지시키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급식의 경우 학부모 대신 사람을 고용해서 해결하고, 청소는 아이들에게 직접 시키기도 한다. 부족한 예산은 학부모들이 해결해주고 있다. 이런 학교에서는 엄따 현상이 일반 학교보다는 덜하다.

수색에 있는 한 초등학교 강미선(가명) 교사는 "학부모의 학교 활동 참여가 교육적이지 않기 때문에 엄마들에게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한다"면서 "대신 1년에 몇 번 횟수를 정해서 공개수업이나 협력수업 등을 통해 학부모가 올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한다. 학기 초반에는 "청소해드릴까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도 있지만, 강 교사는 치맛바람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거절하고 있다. 그래서 이 반에서는 직장맘과 전업주부 사이에 큰 마찰은 없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는 학교장이나 교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엄따 문제가 해결되는 구조인 셈이다.

서울여대 여성연구소 하영윤 전임연구원은 "전업주부는 직장맘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 보상 심리로 아이 교육에 올인하고, 아이를 위한 정보는 나누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고 엄따의 이유를 말한다. 또한 "엄따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내 아이에만 집중하겠다는 이기심을 버리고 엄마들이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어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주체적인 존재로 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학교나 교사도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노동력을 당연시하는 풍조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엄따'이렇게 탈출하세요

엄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직장맘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부모회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일 학부모회가 오후에 열리면 반대표 엄마에게 저녁 시간으로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전업주부 모임에 참여하기 힘들다면 직장맘끼리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맞벌이 부부 아이는 서울대에 못간다'를 펴낸 이형미씨는 "교육 정보에 어두운 직장맘은 도움을 줄 만한 전업주부를 사귀는 것이 좋다"면서 "매년 학기 초 학부모 총회에 반드시 참석하고 담임교사와도 친해지라"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직장이 쉬는 토요일에는 학교에 나가서 청소를 하면서 엄마들과 얼굴을 익혀놓고 학교와 아이에 대해서 자꾸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가만히 있으면 아이나 직장맘에게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경영연구소 최효찬 소장은 "엄따는 직장맘과 전업주부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면서 "부모의 신분, 부모의 경제력 등에 따라서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는 사회적인 편가르기 현상이다"라고 진단한다. 이런 왜곡된 사회 현상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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