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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력 울트라 슈퍼 한국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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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366회 작성일 05-11-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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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강력 울트라 슈퍼 한국우먼

가사노동 부담 때문에 ‘M자형’으로 나타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구조 -주부는 ‘하고’ 남편은 ‘돕는다’는 관념을 버리지 않는 한 악순환 계속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일차적으로 여성들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본다는 ‘성별 분업’ 이데올로기는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의 속성과 집에 와서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남성 노동자들 간의 공모다. ”(조주은 ‘노동담론 뒤에 숨어 있는 가족, 그 속에서 내출혈을 앓고 있는 여성들’) 자본은 어제 저녁에 밥하고 빨래하고 밤새도록 아이를 돌보느라 한숨도 못 자 누렇게 뜬 얼굴로 출근하는 노동자를 원치 않고, 거친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성 노동자는 일체의 가족노동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이처럼 공적인 일터(노동시장)와 사적인 가족은 성별 분업 속에서 긴밀히 결합돼 서로를 지탱해준다.

맞벌이 부부도 가사노동은 여성 전담

엥겔스는 “여성 해방의 첫 번째 전제는 모든 여성을 사회적 노동에 참여시키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2002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용 가능한 여성 인력의 48.4%만 노동시장에 참가하고 있다. 물론, 다 알다시피 성 역할 구조와 가사노동 부담은 여성 취업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다. 그러나 게리 베커의 ‘신가족경제학’은 동일한 자질과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비교우위 논리에 따라 임금을 더 많이 받는 남성은 시장노동을, 여성은 가사노동을 선택하는 노동분업과 역할분담이 가족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한다고 말한다. 이는 여성은 설거지하고 아이를 돌보라고 집으로 돌려보내고 대신 남성 노동자한테는 ‘가족임금’을 준다는 자본의 논리를 대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회사를 위해 24시간을 바칠 수 있는 직원은, 또 철야농성에 돌입할 수 있는 조합원은 가사노동과 보살핌 노동에서 면제될 수 있고 동거 여성한테 집안일을 모두 떠맡길 수 있는 특권을 가진 남성 노동자뿐이다.

여성의 노동생애를 보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 구조는 결혼 및 초산 연령과 맞물리는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함몰되는 ‘M자형’ 곡선 형태를 취한다. 결혼과 동시에 혹은 결혼 초기에 출산·양육 등 가사 부담으로 노동시장을 떠나 전업주부로서의 ‘일’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M자형이 1980년대 이후 대부분 사라지고 남성과 유사한 역U형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아직 M자형이 남아 있다.

1999년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취업 기혼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요일 평균 3시간21분이다. 남성의 가사노동은 36분에 불과하다. 맞벌이 부부의 무급노동 시간(가사, 가족 보살피기 등)을 보면 여성은 217분, 남성은 30분이었는데, 흥미롭게도 아내가 취업하지 않은 가정의 남성 무급노동 시간도 30분으로 똑같았다. 맞벌이라 해도 가사노동은 여성이 전담하는 성별 역할 구조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가사노동의 불균등한 배분에 따라 여성은 시장노동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여성 노동자는 일터에서도 ‘진정한 노동자성’을 끊임없이 의심받고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해도 저임금을 받게 된다. 여성이 야근과 회식을 꺼리고 ‘칼퇴근’하는 것도 “여자들은 직업의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엄청난 가사노동 부담 때문이다. 기혼 취업여성은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는 초강력 울트라 슈퍼우먼이 돼야 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이탈과 ‘취집’(졸업 뒤 시집가거나 집안일에 취업하는 것)은 “현실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지위가 낮고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차라리 집에서 편히 애들 잘 키우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혼자 1인 2역, 3역을 감당해야 하는 기혼 여성의 과도한 가사노동 부담 탓이 더 크다.

‘가족친화적 노동’이 효과 보려면…

여성의 가사노동은 고된 노동이라기보다는 여성성에 입각한 ‘가족애의 실현’으로 그럴듯하게 이해된다. 노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성한테 가정은 쉼터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일터인 가족 속에서 죽어라고 일해야만 한다. 여성들은 눈뜨자마자 출근해서 가족이 모두 잠자리에 들었을 때 퇴근한다. 집안일을 “그냥 집에 있다”고 하지만, 사실 가사노동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강도 높은 노동인가? 가사노동과 보살핌 노동은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물리적인 ‘노동력 상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 ‘여성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해내는 노동’이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폄하돼왔다. 그러나 여성의 가사노동 전담은 가부장적 성별 분업 과정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사실 여성이 담당하는 가사노동을 가사 대리인을 고용해 ‘상품’으로 대체한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최근 ‘가족친화적(family-friendly) 노동’이란 말이 유행이다. 일과 가족의 양립을 지향하는 정책, 예컨대 노동시간 단축·주5일 근무제·육아휴직제·탄력적 근무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주부는 가사노동을 ‘하고’ 남편은 ‘돕는다’는 관념에서 탈피하지 않는 한, 가족친화적 노동 역시 남성에게는 일을 마치고 ‘여가’를 즐기며 쉬는 권리를, 여성에게는 남성들이 집안으로 돌아오는 순간 ‘밥하는 노동’의 시작을 뜻할 뿐이다. “여성은 가족과는 몸서리칠 만큼 친한 관계라서 오히려 그 친밀함을 떼어놓는 정책이 필요하다. 가족과 친해져야 하는 대상은 남성 노동자여야 한다. ”(조주은) 남성 노동자도 가사노동의 ‘조력자’가 아닌 ‘일차적 책임자’로서 능력을 개발하고 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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