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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성별 다양한 우울증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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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742회 작성일 10-03-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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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성별 다양한 우울증 사례

레이디경향 | 입력 2010.03.16 11:30 | 누가 봤을까? 50대 여성, 경상

 

우울증은 자각하고 인정하기 어려운 질병이다. 그러나 그대로 방치해두면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것이 우울증을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내 주변, 혹시 내가 우울증이 아닐까? 스트레스에 노출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면을 담아보았다.

사례 1 10대 청소년기 과도한 스트레스 '학업 우울증'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저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저에 대한 집착이 컸습니다.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 점수를 못 받아 크게 혼이 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늘 쫓기듯 학원에 다니는 생활을 반복했고 고등학생인 지금도 과목별 과외를 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공부하지 않고 잠자는 모습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부모님 탓에 학교 가서는 졸기 일쑤입니다. 당연히 학습의 효율성이 떨어지죠. 엄마에게 힘든 점을 호소해도 "2, 3년만 고생하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얘기만 하십니다. 현재의 제 삶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저는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이 가장 두렵습니다. '누구네 집 아이는 이번에 전교 1등을 했다', '수학경시대회에서 상을 탔다' 모든 것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는 부모님과 친척들 때문에 즐거운 명절에 저는 늘 좌불안석입니다. 명절이 지나면 부모님들의 압박이 가해질 테니까요. 애써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도 안 되고 재미도 없고, 두렵습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사람 만나기도 싫고 전화 받기도 싫습니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짜증이 나고 화가 납니다. 부모님에 대한 분노가 목구멍에서 가슴까지 꽉 차 있는데 토해내지 못하는 것이 저를 더욱 힘들게 합니다.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합니다. 극단적인 생각들이 매일 스칩니다. 좋지 않은 생각을 할 때마다 숨이 가빠옵니다. 불안해서 잠을 이루지도 못합니다. 이런 제 상태도 파악하지 못하고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님이 밉습니다. 인생의 낙오자가 될까 두렵습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어디론가 도망쳐 혼자 살고 싶습니다.

사례 2 20, 3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산후 우울증'

두 살배기 아기를 둔 주부입니다. 저는 아기를 낳은 후 지금까지 우울감에 젖어 있습니다. 행복한 시절은 모두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느낌이랄까요? 출산 후 100일까지는 정말 매일 울다시피 했습니다. 요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요. 왜 그런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랬다저랬다 감정 기복이 심합니다. 하루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밑을 쳐다봤어요. 제가 떨어지는 상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옆에 누워 있는 아기는 내가 낳은 자식임에도 너무 미워요. '내가 출산으로 인해 이 고통을 겪고 있구나'라는 원망스러운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런데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은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살살 속을 긁어댑니다. 알면서 그러는지 아니면 몰라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어요. 시댁 식구들은 제 얼굴을 보고는 "왜 그리 표정이 안 좋냐"고 타박하기 일쑤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면 당연히 얼굴도 밝아질 텐데 말이죠. 남편의 "밥 달라"는 소리에도 너무나 화가 납니다. 아이 키우기도 힘든데 혼자 차려 먹을 수도 있잖아요? 제 심정을 왜 아무도 헤아려주지 못하는 걸까요? 세상에 혼자 떨어진 느낌입니다.

이제는 아이가 울면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요. '이래선 안 된다' 하면서도 제 처지가 억울해 아이를 따라 울기도 합니다. 저도 결혼 전에는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어쩜 가족이나 자식들을 두고 그렇게 갈 수 있나,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그 심정이 백번 이해가 갑니다. 이런 제가 무섭기까지 합니다.

사례 3 40, 50대 인생의 지는 낙엽 '갱년기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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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53세 되는 주부입니다. 남매를 두었습니다. 자식들도 다 커서 큰딸은 직장에 들어가고 아들은 군대를 다녀와 대학에 복학했습니다. 이제 신경 쓸 일도 없이 편하게 지내면 되는데 요즘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자려고 하면 속에서 열이 나서 잠들기가 쉽지 않고 참기 힘듭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막막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나',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살고 있나' 허무한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 일어나면 갑자기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집니다. 입맛이 없어 밥도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못합니다.

가끔은 갑자기 천장이 핑핑 돌고 구토 증세까지 나기도 합니다. 마치 방 안에 갇혀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진땀이 나고 한마디로 미칠 지경입니다. 자연히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자식들은 자기 일에 바빠 무관심하고 용기 내어 남편에게 '우울증인 것 같다'고 말하니 버럭 화만 냅니다. '몸이 편하고 마음이 해이해져서 걸리는 병'이라고 말이죠. 정말 무심하고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대화가 통하지 않으니 말할 의욕도 생기지 않습니다. 요즘은 남편뿐만 아니라 자식도 싫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도 늘 이런 식이라면 차라리 그냥 죽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례 4 50, 60대 경쟁 사회, 남성을 위협한다 '임원 우울증'


55세 직장인입니다. 대기업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임원이라고 편하게 직장생활하는 줄 아는 사람이 많지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느라 늘 시간에 쫓기고 일에 파묻혀 삽니다. 조선시대 계급사회나 요즘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도 맘 편하게 쉬지 못하는 제가 '노비'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

좋은 대학,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회사에서는 인정받기 위해 또 열심히 달렸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명예퇴직을 당하지 않을지 눈치 봐야 하고, 치고 올라오는 젊은 피에 대응해야 합니다. 가정 내에서는 이미 무관심한 아빠로 낙인 찍혀 부인도 자식들도 대화조차 해주지 않네요.

저는 이번 승진 인사에서 떨어지고 몸에 이상이 왔습니다. 명치끝이 하루 종일 두근거려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 이틀 지나면 괜찮겠지 싶었는데 벌써 한 달째입니다. 부정맥이 의심돼 심전도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고 하니 치료법도 명확하지 않고 답답합니다. 심할 때는 명치가 너무 빨리 뛰어 머리가 울리고 어지럽습니다. 잠자리에 들면 두근거림은 더욱 심해지는데 이대로 죽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불안하기까지 합니다. 일할 때도 지장이 큽니다.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더욱 두근거려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서 잘하지 못하면 회사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릴까 두렵습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스트레스입니다. 제 인생 전체가 흔들릴 만큼 절망 속에 휩싸였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뭔가 내 문제를 인정하는 듯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왔던 접니다. 게다가 남들에게 우울증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승진이나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두렵고 답답합니다.

<■글 / 이유진·이연우 기자 ■사진 / 원상희, 홍태식(프리랜서) ■취재 도움 / 송형석(마음과마음 신경정신과 원장), 박지숙(한양방 의료센터 삶 마인드힐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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