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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사람·세상]철창보다 끔찍한 가정폭력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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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104회 작성일 06-09-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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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사람·세상]철창보다 끔찍한 가정폭력의 악몽"

동아일보]

《‘가정은 안식처’라는 것이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남편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급기야 남편을 살해하는 데까지 이른 여성들에게 가정은 학대와 자포자기의 지옥이다. 유교적 가부장적 전통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는 남편 살해 범죄의 반인륜성에 돌을 던진다. 그러나 평생 반려자의 목숨을 앗을 수밖에 없는 극한적 상황에 이르게 된 여성의 공포와 불안에 주목해 보면 가정이 안식처라는 믿음은 허구였음을 알게 된다. ‘법 사람 세상’은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의 논문을 토대로 ‘지옥’을 경험한 여성들이 극단적인 행동에 이르게 된 맥락을 되짚어 보았다.》

■ 남편살해 여성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머리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 깜짝 놀란 듯 다급하게 집 안으로 몸을 숨기는 중년 남자. 위스키를 병째로 마시며 알코올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보내는 퇴역 군인.

베트남전을 다룬 영화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전쟁 당시 겪은 충격 때문에 퇴역 후에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병사의 삶은 이제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얘기다.

전쟁의 참화를 직접 경험한 퇴역 군인의 고통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따른 것. PTSD는 이처럼 지속적이고 충격적인 경험이나 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를 겪은 뒤 이 기억을 반복해 떠올리는 과민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PTSD는 가정폭력의 피해를 겪은 여성들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들은 대부분 남편의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온몸이 떨리는 증세를 보인다.

이 질환의 중요한 점은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은 남편이 잠든 때와 같이 직접적인 폭력이 가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폭력의 두려움과 공포를 실제처럼 느낀다는 점이다.

지난해 3월 서울고법은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남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1심에서 징역 8년이 선고된 S(48)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형량을 낮추면서 PTSD의 이 같은 특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S 씨가 남편을 ‘형체만 시커멓게 보이는 저승사자’로 인식할 정도로 정신장애에 빠지면서 억제력을 잃고 충동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PTSD를 처음으로 인정한 판결이었다.

서울고법은 이후에도 남편 살해 여성에 대해 몇 차례 PTSD를 인정해 1심 형량을 감경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아직 PTSD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없다.

이 교수는 지난달 17일 한국심리학회(회장 조긍호) 학술대회 ‘범죄의 심리학적 재구성’ 섹션에서 발표한 ‘가정폭력에 기인한 범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PTSD가 가정폭력에 따른 범죄의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법무부 보고서를 인용해 2004년까지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된 수형자 531명 중 133명이 남편 살해 혐의로 수감돼 있고, 이 중 82.9%는 남편에게서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44.5%는 자신의 범행 동기가 남편의 학대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남편의 지속적인 학대와 폭력으로 PTSD를 겪는 여성들은 남편의 존재만으로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극심한 정신장애를 겪는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법원의 판결은 “이유야 어찌 됐건 살인이라는 범행을 저지른 데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법조계 내에서는 PTSD에 따른 범죄를 일종의 ‘정당방위’로 인정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성폭력범의 성격적 특성

한국심리학회 학술대회 ‘범죄의 심리학적 재구성’ 섹션에서는 형사사법체계에서 심리학의 기여와 역할을 넓히기 위한 여러 연구가 발표됐다.

이 가운데 윤가현 전남대 심리학과 교수가 발표한 ‘성범죄의 심리학적 접근’이라는 논문이 큰 호응을 얻었다.

윤 교수는 ‘성범죄 가해자 연구’를 통해 “성범죄의 근절이나 예방 차원에서 볼 때 성범죄의 가해자들에 대한 연구는 피해자에 대한 연구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며 범죄의 상습성, 범죄자의 성격 특성, 범죄의 발생 요인을 분석했다.

그는 특히 범죄자 성격 특성 연구를 통해 “최근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들의 성격 요인으로 자기애(narcissism)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국의 연구 사례를 인용해 “자기애 성향이 높은 남성이 여성에게 접근해 거부당하면 남성은 그 거부를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접근하라는 뜻으로 여긴다”며 “지속적인 접근을 하는 과정에서 잘 통하지 않으면 강압적인 방법으로 여성을 상대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윤 교수는 “자기애가 강한 남성들은 여성의 반항이 성욕을 촉진시키며 그 반응으로 자신의 욕구를 거부하거나 조절시켰던 사람에 대해 공격적인 의지를 갖고 성적 강압행위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여러 연구사례를 인용해 성폭행범들은 자기애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여러 양상을 보여 준다고 주장했다. 성폭행범들은 대개 자만심이 매우 강한 편이고 스스로를 다재다능하다고 여기고 이를 자랑하기를 즐긴다는 것.

또 윤 교수는 성범죄에 대한 외국의 처벌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서구에서 남성 성범죄자의 성기능을 제거할 목적으로 시행된 거세수술은 20세기 후반까지 존속됐다. 1960년대 독일에서는 성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추신경계를 직접 손상시키는 뇌수술이 단행됐다는 것.

수술 대신 성범죄자들에게 혐오감(구토)을 불러일으키는 자극(약물이나 전기충격)과 성적 흥분을 결합시키는 방법도 시도됐고, 수술 대신 성범죄자들에게 성욕이나 성 기능을 저하시키는 호르몬 투여 요법도 시도됐다고 한다.

전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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