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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짓바람’ 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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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114회 작성일 06-10-1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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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짓바람’ 세진다


출산부터 육아, 교육에 이르기까지 자식 뒷바라지에 정성을 쏟는 열성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요즘 아빠들은 마음에 그치거나 뒷전에서 바라보는 대신 직접 현장으로 뛰어든다. 태교에 참여하고 아내와 함께 분만실에 들어가 출산과정을 지켜보며 아기의 성장과정을 일일이 사진에 담아 블로그에 올린다. 아기가 방긋방긋 웃을 때는 데리고 놀다가 성가신 일이 생기면 엄마에게 넘겨준다는 것도 옛 말. 보채는 아기를 재우거나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만드는 일도 아빠가 맡아 한다. 이런 아빠들은 아이가 크면서 직접 공부를 가르치는가 하면 각종 학교행사나 학부모 모임, 학원 입시설명회에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열성 엄마들의 치맛바람보다 아직 수는 적지만 강도는 훨씬 센 ‘바짓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현재 논술학원 강사로 일하는 박기복씨(36)는 2001년 11월 모성보호법에 육아휴직 조항이 생기자마자 그해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남성 2명 중 하나다. 당시 사기업체에 다니던 그는 아들 효원이가 9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대학병원 간호사로 일하던 아내 대신 아기를 돌보기 위해 3개월간 육아휴직을 했다. 아내의 직장보다 자신의 직장이 육아휴직에 더욱 호의적이었기 때문.

박씨의 아내는 임신중독으로 고생을 했으나 병원 대신 조산원을 택해 남편과 함께 수중분만을 했다. 또 출산 전 부부교육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아이를 낳던 순간의 경험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에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키워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육아휴직 기간 이외에도 효원이가 18개월부터 30개월 될 때까지 전업주부(主夫)로 살면서 아이를 키웠다. 직장 다니던 아내의 모유를 얼렸다가 녹여서 먹였고 천기저귀를 일일이 손으로 빨았으며 이유식도 집에서 만들었다. 박씨는 “아내와 내가 함께 아이를 키운 결과 현재 여섯살인 효원이는 소꿉장난에서 권투까지 놀이와 관심의 폭이 무척 넓어졌다”면서 “아이와의 관계에서 다른 아빠들이 못느끼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전평국 한국교원대 교수(수학교육)는 어렸을 때부터 외동딸 성윤에게 수학을 가르쳐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보낸 열성 ‘교육 파파’. 그는 “어떤 상황에서 수학적 질문을 던진 뒤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길게는 몇달씩 호기심을 갖고 고민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목욕하면 체중계에 올려주고 줄자로 몸둘레를 재보도록 하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학원 한번 보내지 않고 딸을 수학천재로 만든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국제적 우등생은 10살 전에 키워진다’(삼성출판사)란 책을 지난 7월 펴냈다.

요즘 초등학교 아버지회는 자녀들과 공감대를 마련하고 교육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장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신정동 신서초등학교는 매년 봄 아버지회 주최로 1박2일의 부자녀 캠프를 연다. 평소 바쁜 아버지들이 자녀들의 학교생활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인데 갈수록 참가자가 늘고 있다. 캠프에 참가했던 이모씨(41·공무원)는 “많은 아버지들이 아이들 교우관계, 과목별 진도까지 자세히 알고 있는 데 놀랐다”고 말한다.

자녀가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아빠들의 관심은 입시로 모아진다. 적지 않은 아버지들이 직접 상담을 하러 오거나 학원 입시설명회에 참가하며 주말에는 참가율이 더욱 높아진다. 이들이 던지는 질문도 엄마들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게 특색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이인자 대리는 “지난해 1박2일로 입시설명회를 가졌는데 약 40%가 아버지들이었다”면서 “학원 등록이나 대입 원서접수 때 아버지들의 문의전화가 무척 많다”고 전했다.

좋은 아빠가 되려는 경향은 아버지학교가 성황을 이루는 데서도 알 수 있다. 1995년 문을 연 기독교 계통의 두란노아버지학교는 올해말 수강생 10만명 배출을 앞두고 있다. 국내 80개, 해외 70개의 지부를 통해 2010년까지 60만명의 아버지 교육을 시킨다는 계획. ‘하이패밀리’ ‘YMCA 좋은 아버지 모임’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 ‘딸사랑 아버지 모임’ 등의 단체들도 ‘좋은 아버지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실천교육에 나서고 있다. 온라인상의 ‘좋은 아빠 모임’도 자녀키우기의 노하우를 교류하는 한편 오프라인에서 정기적으로 친교를 나눈다.

열성 아빠들의 등장에 대해 이시형 삼성사회정신건강연구소장은 “지역사회가 붕괴해 동네어른이 사라지고 여성취업이 늘어나면서 어머니마저 자녀교육을 전담할 수 없게 됨에 따라 아버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아버지가 자녀와 여가활동을 함께 할수록, 생활전반에 대해 많은 대화를 가질수록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은 “가정을 위해 일했는데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선배들의 경험을 보면서 젊은 아빠들이 뭐가 중요한지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를 공동양육해야 하는 사회여건의 변화나 여성들의 요구에 굴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 아빠들은 진정한 기쁨에 눈을 뜨고 양육의 권리를 여자들에게 뺏기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윤정기자>-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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