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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가족]<하>동네이웃 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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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643회 작성일 06-09-2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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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이웃 3대"

2년 전 결혼한 은행원 성모(30) 씨는 결혼하기 전 어느 곳에 신혼집을 마련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자신의 직장에 가까운 서울 강북으로 신혼집을 마련할까 하다 고민 끝에 아내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처가와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아파트 단지에 전셋집을 마련한 것.

성 씨는 “직장에 다니는 아내가 친정과 가까이 살면 애 키우는 것과 반찬거리 해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성 씨는 또 “아이가 생겨도 보육시설이나 모르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보다 용돈을 더 드리더라도 처가에 맡기는 것이 낫다”며 “회사에서도 처가나 본가와 가깝게 사는 신혼부부가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고 말했다.

결혼한 자녀가 부모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거나 가까운 곳에 살면서 잦은 왕래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여성의 권리에 본격적으로 눈뜨기 시작한 386세대의 며느리는 되도록 시부모와 멀리 떨어져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요즘 신세대 부부는 부모 집에서 ‘국이 식지 않을 거리’에 살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여성개발원 김혜경 박사는 이런 변화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가 친정이나 시댁 부근에 살림집을 장만하는 형태가 새로운 대가족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욕구와 육아부담 등 생활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적절한 절충점을 찾다 보니 이런 느슨한 형태의 대가족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런 추세를 반기는 부모세대도 많다. 부모도 자식, 손자 손녀와 정서적으로 많이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자녀가 자신들을 언제든지 돌봐줄 수 있기 때문.

김모(61·여·경기 고양시) 씨는 4개월 전 결혼한 아들의 신혼집을 자신의 아파트 옆 단지에 마련했다.

김 씨는 “한집에 살게 되면 며느리가 눈치를 볼까 걱정이 됐다”며 “같이 살기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자주 왕래하며 며느리와 아들을 보는 것이 정을 쌓는 데도 더 좋다”고 말했다. 자식과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다는 것.

반면 요즘은 손자 손녀 돌보기에 지친 할머니가 아들이나 며느리가 먼 곳으로 이사 가길 원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 부모와 가까이 살다 금년 초 멀리 떨어진 동네로 이사한 고모(34·서울 송파구 문정동) 씨는 “부모님에게 아이를 계속 맡기고 싶었는데 부모님이 힘들어 하는 데다 근처에 사는것도 부담스러워해 어쩔 수 없이 이사를 결정했다”며 “아내에게 아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라고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제도적으로 육아나 노인 돌봄에 대한 국가 지원이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가족만이 이런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며 “핵가족으로는 불가능한 부분을 자식과 부모 개인의 프라이버시도 유지하면서 일상적 도움을 받는 느슨한 대가족이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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