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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한국의 중년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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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690회 작성일 06-09-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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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 한국의 중년 남자들…문득 문득 왜 이리 허전할까"
 
 《대기업 간부로 일하다 얼마 전 퇴직한 김대원(가명·49·서울 강동구) 씨는 요즘 아침만 챙겨 먹은 뒤 무작정 집을 나서는 날이 많다. 집으로 찾아오는 아내 친구들의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퇴직 후 한동안은 아내 친구들이 찾아와도 안방에서 책을 보거나 TV를 봤다. 그러나 어느 날 목이 말라 부엌에 잠깐 나갔다가 “제발 안방에서 나오지 말라니까”라며 언짢아하는 아내 얘기를 듣고 생활 패턴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하릴없이 동네를 걷거나 게임방에서 고스톱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점심 때 돌아오면 ‘전자레인지에 밥 있다’는 쪽지가 김 씨를 맞는다. 전자레인지에 밥과 국을 데우고 밑반찬을 꺼내 먹다가 문득 ‘따로 사시는 노모가 보면 얼마나 안쓰러워할까’ 하는 생각이 들면 눈물이 핑 돈다.

현직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다 이혼한 친구의 고충을 듣는 것도 지겹지만, 겉보기에 멀쩡한 친구들도 “그동안 뭘 위해 뛰어 왔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한다. “내 자신의 건강이나 즐거움을 위해선 단 한 푼의 돈이나 1초의 시간도 쓴 적 없이 오로지 가족과 직장을 위해 살아 왔다고 자부했는데….”

우리 사회 중장년 남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경고성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 남성이 직장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의 극심함은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일뿐만 아니라 가정생활, 친구 관계 등 삶의 전방위적 측면에서 스트레스와 소외감에 시달리는 남성이 급격히 늘고 있다.

남성을 위한 상담 기관인 ‘남성의 전화’는 올해 상반기(1∼6월)에만 1479명과 상담했다. 40, 50대가 대부분인 상담자들이 털어놓은 고민은 경제력 상실이나 부인의 외도에 따른 불화, 가정 내 소외감 등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남성이 실직자 등 특별한 경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우종민(禹鍾敏) 교수는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남성들 가운데도 고용 및 노후 불안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가족 해체 현상 앞에서 ‘정신적 공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04년 출생 사망 통계’에 따르면 50대 남성의 사망률은 여성에 비해 2.98배나 높다. 40대는 2.77배, 60대는 2.55배, 30대는 2.12배 높았다.

40대 남성 자살자는 2001년 1039명에서 2002년 1308명, 2003년 1681명으로 늘었다. 50대 남성 자살자도 2001년 842명에서 2003년 1241명으로 많아졌다.

남성의 전화 이옥이(李玉伊) 소장은 “가부장적 가치관의 영향을 받으며 자란 남성들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닥쳐 온 변화 앞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물론 남녀 불평등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받는 불이익에 비해 남성들의 고통이 작을 수도 있겠지만 위기와 변화에 대한 적응 능력이 여성보다 훨씬 떨어져 고통이 배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정신과 전문의가 본 ‘위기의 중년’▼

‘울고 싶은 남자들’ 시리즈를 읽으면서 한국의 남자들이 정말 힘들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정말 한국의 남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절을 살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요즘 남자들은 맘 놓고 쉴 곳, 맘 놓고 위로받을 곳이 없다. 회사는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자리가 없다. 어디에서도 우군을 찾기 힘들다.

남자들이 원해서 지금의 처지가 된 것은 아니다. 그동안 대다수의 남자는 묵묵히 가정을 지키고 열심히 일만 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의 처지가 억울하다. “왜 나를 이렇게 홀대하는가?”라고 한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 ‘단순함’이 부메랑이 돼 남자에게 돌아온 것은 아닐까.

필자는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는데 상당수 환자가 중년 남성이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에서 치여 소위 ‘화병’을 얻은 사람도 많다. 면담을 해 보면 대부분 회사 생활을 성실하게 했고 가정에도 충실하려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만 일이 생각대로 안 풀려서 병을 얻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환자 중 상당수는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사회의 변화에 둔감해지고 그에 따라 더욱 과거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식의 한탄이 늘어난다. 그러나 그 같은 한탄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남자들이 ‘대접’을 받으려면 스스로 바뀌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여기서 ‘대접’이란 과거의 권위주의적 의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을 뜻한다.

우선 ‘모름지기 남자란…’으로 시작하는 낡은 문구부터 버려야 한다. 그 문구가 남자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기 때문이다.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따위의 말은 다 잊어버리자.

남자들도 아줌마들의 수다를 배워야 한다. 정신의학적으로 봐도 수다와 유머는 가장 좋은 스트레스 해결책이다. 수다는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남자들이여, 이제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자. 울고 싶으면 실컷 울어도 된다.

힘들다고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가장(家長)은 늘 꼿꼿해야 한다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당신의 아내와 아이들도 때로는 도움을 요청하는 남편과 아빠를 바라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혼자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을 요구하자. 요컨대 분명하게 의사 표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족들의 따뜻한 애정과 배려도 필요하다. 남자들의 한숨에 “자업자득”이라고 차갑게 쏘아붙이고 싶은 아내, 자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내뱉을지라도 차가운 눈빛, 닫아 버린 마음의 문 앞에서 돌아서는 자기 아버지의, 자기 남편의 휴지처럼 구겨진 어깨를 보며 쓰라림을 느끼지 않을 아내와 자식은 많지 않을 것이다.

설령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군림했던 과거를 가진 가장일지라도, 가족을 위해 자신의 젊음을 바쳤던 그들의 헌신마저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일상에서 가족의 작은 배려, 친근한 말 한마디에도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소리 없이 웃는 사람들, 그게 남자다.

남성이 ‘대장’으로 군림하던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미래의 리더는 남녀의 구분이 없다. 조화로운 남성상을 새로 만들어가는 데도 사회 전체가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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