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家內人’… 친정엄마의 간섭과 사랑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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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862회 작성일 05-12-05 13:25본문
"‘出家內人’… 친정엄마의 간섭과 사랑 사이"
《김은혜(가명·40·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씨는 호주로 이민 간 엄마가 기다려진다. 한번 한국에 나오시면 살림도 해주고 평소 갖고 싶었던 것을 대부분 사주고 가기 때문이다. “엄마가 가시고 나면 한동안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해요. 기운도 없고 엄마 따라 가고 싶은 생각도 들어요.” 어린애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지만 결혼 후에도 김 씨처럼 친정 엄마에게 의존하는 딸들이 늘고 있다. 오죽하면 딸 둘 둔 친정 엄마는 손자 하나는 업고 하나는 안고 싱크대 앞에서 일하다 죽는다는 말이 생겨났을까. 시대 변화에 따라 엄마와 딸의 관계도 심상치 않게 바뀌고 있다.
딸들은 도움은 주되 간섭하지 말 것을 원하는 반면 친정 엄마는 딸의 결혼생활을 거울 들여다보듯이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한다. 》
○ ‘딸 위해서라면…’ 두 팔 걷어
두 여자 사이 갈등의 가장 큰 요인은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 딸이 직장여성이든 전업주부든 친정 엄마는 딸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두 팔 걷어붙인다. 육아며 살림, 사위 등 친정 엄마 눈으로는 못마땅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딸 얼굴만 마주하면 잔소리가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서희정(가명·42·서울 양천구 신정동) 씨는 “친구들이 시어머니랑은 살아도 친정 엄마랑은 못 산다고 한다”며 “엄마와 너무 가까워 불편한 것도 많다”고 털어놨다.
시어머니와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심은 하지만 엄마와 딸은 눈치 보지 않고 대하다 보니 생기는 현상.
결혼 7년째인 박정인(가명·34·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 여전히 엄마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엄마는 딸에게 사위가 구두쇠여서 옷도 제대로 해 입지 못한다며 철마다 옷을 사주고 손자들이 아프면 부랴부랴 달려와 병원에도 데려간다.
병원비도 당연히 엄마 몫이다.
친정 엄마는 사위에게 ‘무능하다’ ‘내 딸 고생만 시킨다’는 등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한다. 남편도 장모의 도움은 받지만 면전에서 못마땅한 이야기를 할 때는 얼굴 표정이 확 바뀌며 자리를 피한다.
“남편이 가끔 ‘엄마랑 살지 왜 결혼했느냐’며 소리 지를 때 뭐라고 할말이 없어요. 엄마에게 제발 그만하시라고 하면 ‘내가 너를 어떻게 길렀는데’ 하시며 가버리시니….”
“엄마 도움을 거절하고 싶지 않지만 엄마의 간섭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며 박 씨는 고민 중이다. 친정 엄마는 엄마대로 다 딸을 위한 희생인데 ‘저것이 내 맘도 몰라준다’며 섭섭하기만 하다.
두 딸과 아들을 둔 김미정(가명·62·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 경제력이 있는 만큼 결혼시킨 후에도 딸과 아들을 모두 손아귀에 두고 있다.
○ 육아부터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김 씨는 명절 때면 딸들이 시댁에 갈 때 파출부까지 딸려 보낸다.
직장에 다니는 큰딸의 육아와 살림살이는 모두 김 씨가 책임지고 있다. 심지어 안사돈이 없는 딸 시댁의 재산관리까지 도맡아 할 정도. 큰딸은 ‘신경 쓰기 싫다’ ‘엄마가 해 주니 편하다’며 엄마의 잔소리도 뒷전으로 하며 그냥 지낸다.
반면 둘째 딸은 전업주부. 큰딸네와 마찬가지로 전권을 휘두르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손녀 옷을 사들고 갔다가 또 싸울 것 같아 문 앞에 두고 나왔다.
“나오면서 딸에게 갖다 입히라고 전화했어요. 어찌나 야속하고 눈물이 나든지….”
둘째 딸은 “엄마 식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면서 딸을 위한 것이라고 착각하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학습지 교사인 주모(38·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씨는 엄마의 지나친 교육열 때문에 끙끙 앓고 있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봐 줘 가능하면 엄마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엄마 의견대로 만 5세 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냈다.
“엄마가 괜찮을 거라며 보내자고 해서 보냈는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요. 엄마한테 불평할 수도 없고 남편에게 말도 못해요.”
또 다른 갈등의 축은 몸은 딸집에 있으면서 마음은 아들에게 가 있는 것. 재산 문제나 중요한 일을 상의할 때도 한집에 사는 딸이나 사위는 제쳐 두고 꼭 아들만 찾는다.
12세 9세 된 남매를 둔 김현순(가명·43·서울 동작구 사당동) 씨. 친정 부모랑 함께 살면서 섭섭한 마음이 든다.
엄마는 재산과 관련된 일,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자신과 남편은 제쳐두고 외아들인 남동생하고 상의한다. 평소와 달리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너는 몰라도 돼’라며 입을 다물 때는 세상이 변했는데 왜 아직도 아들만 고집하시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 나이 들면서 딸들이 엄마 마음 이해해
물론 엄마와 딸이 갈등구조로만 치닫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거나 어려움을 겪으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는 딸들도 많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조경애 상담위원은 “친정 엄마의 개입이 딸을 편하게 해 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될 수 있다”며 “진정 딸을 위한다면 시시콜콜 챙겨주고 간섭하는 것보다는 느긋하게 지켜보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선임 사외기자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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