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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장밋빛 인생'… 여자도 책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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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979회 작성일 05-10-1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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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진 '장밋빛 인생'… 여자도 책임있다

결혼 10년차 박종현(40·비비안 홍보실장)씨는 아내 전혜선(37·란제리 디자이너)씨의 머리가 곱슬머리라는 사실을 신혼 초에야 알았다. 연애시절엔 하루가 멀다하고 즐겨입던 치마도 결혼 후엔 임부복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옷은 단연 ‘추리닝’. 그것도 무릎 위까지 둘둘 말아올린 ‘모내기’ 스타일이다.

물론 맞벌이 주부 전씨는 할 말이 많다.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달려오면 저녁밥 지어야죠, 아이들 씻겨 숙제 봐줘야죠. 꾸밀 시간 있으면 10분이라도 잠을 더 자겠네요.” 그러자 남편, 고개를 젓는다. “매일매일 드라이해서 곱슬머리를 생머리로 펴라는 주문이 아녜요. 최소한의 성의라는 게 있잖아요. 남편은 남자가 아닌가요?”

란제리업계 잉꼬부부로 소문난 이들이 이럴진대, 보통 부부들 말할 것도 없다. 부부관계 전문가들은 “아무리 가까운 부부 사이라도 적당한 긴장, 적당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그래도 ‘권태?바람?이혼’으로 이어지는 허망한 ‘장밋빛 인생’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사소하고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방귀는 되도록 참으세요?

김병후 ‘부부클리닉 후’ 대표는 바람의 근본원인은 ‘상처’에 있다고 진단한다. “상대의 이야기는 안듣고 자기 화난 것만 강조하다보면 상처만 남지요. 배우자에게서 얻은 상처가 바람의 원인이 되곤 하는데, 이런 경우 바람을 피우면서도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말 잘하기, 서로의 마음 들여다보기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 있다. 그렇다면 자존심 하나로 먹고 산다는 대한민국 남자들 가슴에 피멍을 들게 하는 말들은 어떤 게 있을까.

지난주 조선일보와 홍보대행사 PR게이트가 직장인 기혼 남성 50명을 상대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를 참조하자. ‘아내가 나에게 던진 가장 끔찍한 말?’ 복수응답 중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단연 ‘돈’(32명)과 관련 있다. ‘돈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돈을 못벌면 밤일이라도 잘하든가’. 2순위는 ‘시댁, 시어머니 욕할 때’(17명)이다. 다른 남자와 비교당하는 것에도 남편들은 쉽게 상처받는다. 13명의 응답자는 ‘당신이 원래 그렇지’ ‘얘가 누굴 닮아 이래?’ 하는 식의 아내의 빈정거림에 억울해했다.

‘아내에게 정이 똑 떨어지는 상황?’도 물었다. ‘방귀 뀌고 그 냄새를 손에 남겨 내 코에 댈 때’ ‘부스스한 모습으로 집안을 어슬렁거릴 때’ ‘술 먹고 들어가는데 문 안 열어줄 때’ ‘세수 안하고 밥 먹을 때’ ‘내 이름으로 보험 들었다고 했을 때’….

 # 전화공세 대신 문자메세지를

그러나 알면서도 내뱉는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주부 이선희(35)씨는 ‘부부관계를 건강하게 하려는 노력도 시작이 반(半)’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도록 사업하는 남편과 허구한날 말다툼을 벌이던 이씨는 부도를 맞아 가정이 위기에 처하자 부부간 튼실한 믿음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후로 대화법을 바꿨다.

“진우(아들)랑 수영장 같이 가. 알았지?” 하는 식의 명령형 어법을 “진우가 아빠랑 수영장 가고 싶어서 방학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어. 같이 가줄 거죠?”로 바꿨다.

전화로 직접 통화하는 것보다는 문자메시지를 활용한다. “바쁘면 본심이 아닌데도 전화를 빨리 끊게 되고 그럼 오해만 생기니까요. 문자로는 하트 모양 하나만 답장으로 받아도 기분이 좋아져요.”

가능하면 존대말도 섞어쓴다. 처음엔 소름이 돋더니 서로 습관을 들이자 ‘존중’의 마음이 생겼다. “부부 사이라도 서로 생활 패턴이 다르니 상대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려는 노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만취상태로 들어온 남편에게 ‘집에는 왜 기어들어왔냐?’고 호통치는 대신 꿀물 한 잔 타주는 게 진정한 승자의 모습이더라구요.(웃음)”

(김윤덕기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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