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부모가장 주거부담에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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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3,070회 작성일 08-10-23 13:24본문
여성 한부모가장 주거부담에 속탄다
한겨레 | 기사입력 2008.10.22 19:31
최저 주거기준 못미친 여성가구주 비율 31% 전세임대 입주했어도
일 시작하면 자격상실
주거비 보조 도움 절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집'이다.
이혼 뒤 아들 둘을 홀로 키우는 박은정(43·가명)씨는 쉼터와 월셋방을 거친 뒤 여동생 집에 머물렀다. 그러나 두 가족 여섯 식구가 살기에는 15평 아파트는 비좁고 불편했다고 했다. 빚 때문에 신용대출은 불가능했고, 국민기초생활 수급 대상자가 아니어서 영구임대주택 신청 자격도 없었다. 그나마 임대주택은 물량이 없어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한국여성재단의 '여성 가장을 위한 긴급자금 지원 사업'을 통해 대출한 돈으로 최근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5만원짜리 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박씨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지금 하는 일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고 아이들에게 쓸 돈은 늘어갈텐데 …. 살 집만이라도 좀 안정됐으면 좋겠어요."
'빈곤의 여성화' 현상에 대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여성 가구주들은 특히 주거 문제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가장들에게 긴급자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는 한국여성재단은, 올해 226명 가운데 178명(78.8%)이 주거비를 마련할 용도로 대출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주거비가 여성 가장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임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8월 김혜승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최저 주거기준 미달가구 규모와 실태 조사'를 보면,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가구 가운데 여성 가구주 비율이 31%로, 일반 가구 가운데 여성 가구주 비율 21.9%보다 훨씬 높았다.
최저 주거기준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생활 기준으로, 주택법에 면적·시설 등에 대한 다양한 기준들이 제시돼 있다. 사회 취약계층일수록 최저 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생활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여성 가구주에게 그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여성 한부모 가장 이희숙(38·가명)씨는 2년 전 세 아이와 함께 전세임대주택에 입주했다. 단칸방에서 살며 잔병치레를 해야 했던 이씨는, 전세금 2천만원 가운데 일부를 내고 달마다 이자만 내는 전세임대에 만족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초생활 수급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자립 문제'가 걸린다고 했다. 일을 시작해 근로소득이 생기면 수급권이 없어지고, 수급권이 없어지면 수급권자 자격으로 입주한 전세임대주택은 재계약을 하기 어렵게 된다. 10살이 안 된 아이들의 보육 문제도 걸린다. 이씨는 "자립 필요성도 잘 알고 자활 경험도 있지만, 집 문제를 생각하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늦둥이 아들을 키우는 여성 한부모 가장 김경희(52)씨는 요양사 일을 하며 한 달에 70만원 남짓 벌고 있다. 올해 가까스로 마련한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지낸다. 월세가 큰 부담이어서 임대료가 싼 국민임대아파트에 입주하려 했지만,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신청에서 길이 막혔다. 수급권자가 아니면 입주할 방법이 없는데, 그러려면 서류에 전남편과 남편이 양육하는 아이들의 서명까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화장실도 없고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데, 겨울나기가 걱정"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물론 정부는 저소득층에게 비교적 싼 임대료로 주택을 얻게 해주는 공공임대 사업, 전세자금 대출에 도움을 주는 주거비 보조 사업 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임대주택 공금이 늘어나도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집값과 주거환경, 저소득층일수록 받기 어려운 대출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정책의 실효성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누릴 수 없어 주거 복지의 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성 가구주들이 그 혜택을 덜 받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경기도 여성가족연구원이 2년 전 경기도의 저소득층 주거 안정화 사업을 대상으로 성별 영향평가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2005년 경기도에서 남성 가구주보다 더 많은 여성 가구주가 임대주택을 신청했지만, 실제 혜택은 남성 가구주에게 더 많이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임대주택 신청 자격에 '모자가정'도 포함돼 여성 가구주에게 더 많은 주거 지원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박재규 수석 연구위원은 "평가 기준에 자활사업 참여, 거주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이 있는데, 홀로된 여성 가구주로선 점수를 받기 힘들다"며 "주거 사업에 성별 분리 통계를 작성하고 평가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승 연구위원은 "다양한 임대주택 프로그램이 있지만, 입주 자격부터 자금 동원 능력, 실제 주거환경 등을 다 따져 보면 결국 수혜 대상이 안 되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여성 가구주들을 포함한 '일하는 빈곤층'이 주거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 말고도, 개인의 소득과 주거비용을 함께 따져 부족한 부분을 지원하는 '주거비 보조 체계'를 도입해야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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