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가족부양’ 중압감, 공동육아 걸림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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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993회 작성일 09-01-29 11:29본문
남편 ‘가족부양’ 중압감, 공동육아 걸림돌로
한겨레 | 기사입력 2009.01.28
아버지 주된 책임 '경제적 능력' 꼽아
아내 '양육+직장' 이중고 해소 장애로
보육료 지원·탄력 근무제 등 확대 필요
대기업에 다니는 안아무개(33)씨는 얼마 전 아이를 낳았다. 안씨는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아버지가 된 것이 무척 뿌듯하다"는 기쁨과 함께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경제적 중압감을 함께 느꼈다고 한다. 공무원인 아내 김아무개(30)씨와 함께 버는 맞벌이 부부지만, 돈 벌어야 한다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아무래도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안씨 부부 직장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두 곳 모두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한 사례는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김씨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쓰는 김씨의 마음도 편치 않다고 했다. 아이 키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지만 그동안 직장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안씨는 "아빠로서 아이 돌보는 일에 소홀하고 싶지 않고, 아내도 일에 소홀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요즘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아버지들이 많아졌지만, 일과 자녀 양육을 함께 떠맡는 여성의 '이중고'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필요성은 점차 커지는데, 이를 위해선 아직까지 '경제적인 가족 부양자'로만 머물러 있는 아버지의 가족 안 구실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900가구를 면접 조사해 지난해 말 내놓은 '남성의 부성 경험과 갈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아버지의 책임이 '경제적 부양'에 있다고 여기는 반면, 일상적인 자녀 돌봄 행위는 어머니 책임으로 여겨 이에 대한 참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돌봄 행위의 주된 담당자를 묻는 질문에 남성들은 '자녀 양육비용 등 경제적 부양' 항목 하나만을 아버지의 주된 책임 영역이라고 꼽았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 '놀아주기', '동화책 읽어주기'는 아내와 동등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기저귀 갈아주기', '우유·이유식 먹이기', '자녀 식사 준비' 등 대부분 일상적인 돌봄 행위는 아내의 주된 책임 영역이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자녀의 성장 과정에 대한 참여 정도를 1점(전혀 하지 않는 편)부터 4점(매우 자주 하는 편)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더니, 평균 점수는 2.74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런 경향은 아버지의 책임은 무엇보다도 '돈 버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아버지상을 묻는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아버지'(28.2%)를 첫번째로 꼽았다. '친구같이 지낼 수 있는 아버지'(26.2%),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24.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들과 자녀들은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34.6%)를 가장 많이 꼽아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아버지 구실을 '경제적 부양자'로만 바라보는 경향은 여성이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등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더라도 다양한 돌봄 행위들이 '아내의 몫'으로만 남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스스로도 '경제적 부양자'로만 머물러 있다 보면, 다른 가족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자녀와의 의사소통이나 친밀감 형성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버지 구실을 바라보는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를 맡은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함께 경제활동과 자녀 돌봄에 참여하려면 아버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동시에 일과 가족의 양립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커도 평일 장시간 노동, 조직을 우선하는 직장문화 등에 가로막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남성들은 '국가의 보육료 지원 확대'(27.8%)와 '주5일 근무 전면 시행'(17.1%), '탄력적 근무제 확대 실시'(15.2%), `가족 간병 휴가제 실시'(9.0%) 등을 꼽았다.
최원형 기자
한겨레 | 기사입력 2009.01.28
아버지 주된 책임 '경제적 능력' 꼽아
아내 '양육+직장' 이중고 해소 장애로
보육료 지원·탄력 근무제 등 확대 필요
대기업에 다니는 안아무개(33)씨는 얼마 전 아이를 낳았다. 안씨는 아이를 처음 본 순간 "아버지가 된 것이 무척 뿌듯하다"는 기쁨과 함께 "앞으로 돈을 더 많이 벌어야겠다"는 경제적 중압감을 함께 느꼈다고 한다. 공무원인 아내 김아무개(30)씨와 함께 버는 맞벌이 부부지만, 돈 벌어야 한다는 '아버지'로서의 책임감이 아무래도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안씨 부부 직장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두 곳 모두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한 사례는 거의 없어 자연스럽게 김씨가 육아휴직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쓰는 김씨의 마음도 편치 않다고 했다. 아이 키우기에 투자하는 시간이지만 그동안 직장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안씨는 "아빠로서 아이 돌보는 일에 소홀하고 싶지 않고, 아내도 일에 소홀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잘 해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요즘 자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아버지들이 많아졌지만, 일과 자녀 양육을 함께 떠맡는 여성의 '이중고'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필요성은 점차 커지는데, 이를 위해선 아직까지 '경제적인 가족 부양자'로만 머물러 있는 아버지의 가족 안 구실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900가구를 면접 조사해 지난해 말 내놓은 '남성의 부성 경험과 갈등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남성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아버지의 책임이 '경제적 부양'에 있다고 여기는 반면, 일상적인 자녀 돌봄 행위는 어머니 책임으로 여겨 이에 대한 참여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돌봄 행위의 주된 담당자를 묻는 질문에 남성들은 '자녀 양육비용 등 경제적 부양' 항목 하나만을 아버지의 주된 책임 영역이라고 꼽았다. '자녀 양육에 대한 고민', '놀아주기', '동화책 읽어주기'는 아내와 동등한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기저귀 갈아주기', '우유·이유식 먹이기', '자녀 식사 준비' 등 대부분 일상적인 돌봄 행위는 아내의 주된 책임 영역이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자녀의 성장 과정에 대한 참여 정도를 1점(전혀 하지 않는 편)부터 4점(매우 자주 하는 편)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더니, 평균 점수는 2.74점으로 낮은 편이었다.
이런 경향은 아버지의 책임은 무엇보다도 '돈 버는 일'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상적인 아버지상을 묻는 설문 조사를 한 결과 남성들은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아버지'(28.2%)를 첫번째로 꼽았다. '친구같이 지낼 수 있는 아버지'(26.2%),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24.3%)가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들과 자녀들은 '가정적으로 자상한 아버지'(34.6%)를 가장 많이 꼽아 차이를 보였다.
이처럼 아버지 구실을 '경제적 부양자'로만 바라보는 경향은 여성이 이중 부담을 져야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등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더라도 다양한 돌봄 행위들이 '아내의 몫'으로만 남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스스로도 '경제적 부양자'로만 머물러 있다 보면, 다른 가족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소외되거나, 자녀와의 의사소통이나 친밀감 형성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버지 구실을 바라보는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연구를 맡은 김혜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함께 경제활동과 자녀 돌봄에 참여하려면 아버지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동시에 일과 가족의 양립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욕구가 커도 평일 장시간 노동, 조직을 우선하는 직장문화 등에 가로막히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버지 구실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남성들은 '국가의 보육료 지원 확대'(27.8%)와 '주5일 근무 전면 시행'(17.1%), '탄력적 근무제 확대 실시'(15.2%), `가족 간병 휴가제 실시'(9.0%) 등을 꼽았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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