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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가지면 인생이 잘 풀린다?

가끔 모든 것을 다 가져서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실패와 좌절을 봅니다.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계기이지요. 많이 가졌다고 꼭 인생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며, 누구에게든 인생의 고비는 오게 마련인데, 그 때 얼마나 인내하고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A는 전문직 여성입니다. 적당한 나이에 명문대를 나와 역시 최고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남성과 결혼했습니다. 잘 나가는 남녀의 환상적인 결합, 그들의 앞길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 같았지요. 하지만 행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들의 결혼생활은 처음부터 삐걱거렸습니다. 함께 살다 보니 결혼의 결정적인 이유인 좋은 조건과 배경은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더군요. 몸에 배인 습관들, 특유의 말투, 이런 것들로 부딪히기 시작해서 큰 싸움으로 번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서로 맞지 않는 남녀임을 결혼하고서야 알게 된 두 사람은 결국 이혼하고 말았습니다.

가진 것이 많고, 잘난 사람들이라 그런지 서로에 대해 '너 아니어도 된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고, 이혼도 쉽게 결정하더군요. '너라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도 힘든 것이 결혼인데 말입니다. 제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커플은 그리 잘난 사람들이 아닙니다. 단칸 월세방에서 결혼생활을 출발한 둘의 빡빡한 삶은 좀 안쓰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참 행복하고 넉넉한 표정들입니다. 저는 그들이 행복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자신과 결혼해준 상대에게 고마워하기 때문이지요. 열심히 맞벌이를 해서 조금씩 재산을 모아 적은 평수의 아파트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결혼 10년이 됐다고 안부를 전해왔습니다.

있는 사람이 이혼을 더 잘한다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이 이혼을 더 많이 한다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있습니다. 없는 사람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중요한 문제이고, 옆을 돌아볼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낸 것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은 지킬 게 많아서인지 경계 태세가 강합니다.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칩니다. 부부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둘 다 잘났으니 자존심도 셀 수밖에요. 지지 않으려는 경쟁심도 상당합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생활이 마치 스포츠 라이벌전처럼 치열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조건이 좋고 많이 가진 사람들은 경제력이 있기 때문에 결혼생활에 연연해하지 않습니다. 혼자서도 잘 살 자신이 있으니까요. 이유가 무엇이든 최고의 조건을 지닌 사람들의 결합에는 잘못된 만남이 적지 않습니다.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많이 가졌건, 적게 가졌건 각자가 누리는 행복의 크기는 비슷하니까요.

있는 사람이라고 더 행복하지도, 없다고 더 불행하지도 않다는 데 인생의 묘미가 있습니다. 결혼에도 적용되는 진리입니다. 얼마를 가졌느냐가 결혼의 행복을 결정하는 게 아니므로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 뜨겁게 사랑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말 잘난 사람들의 결혼생활은 어때야 할까요? 자기 능력만 믿고 잘난 척하지 말고, 부부가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한 결혼의 비결은 누구에게나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