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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등록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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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3,177회 작성일 08-03-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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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관계등록법 무엇이 문제인가>

여성의전화연합 가족관계등록법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호적법이 바뀐다기에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이것은 완전히 시대를 역행하는 법이었다. (남편과) 이혼한 전처가 모(母)로 버젓이 올라와 있고, 예전 주민등록등본에는 그래도 재혼한 엄마가 모로 올라와 있었는데…. 남편의 부인만 되고 아이들의 엄마가 못된다면 나는 가정부밖에 안되는 것 아닙니까"(한국여성의전화연합에 접수된 '가족관계등록법에 의한 권리침해' 사례 중)

호주제가 폐지되고 지난 1월부터 새로운 신분등록제인 가족관계등록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의 정보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던 새 가족관계등록부는 혈연관계 위주로 편성돼 입양가정, 한부모 가정, 재혼 가정, 국제결혼 가정 등 다양해지는 가족관계를 배려하거나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른 권리 침해 사례를 접수한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긴급토론회를 열어 피해사례를 공개하고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원형 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의 허점은 새 시스템 구축 없이 기존의 호적을 기초자료로 삼아 각종 증명서에 표시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초혼인 부부와 그들이 낳은 자녀로 구성된 핵가족 이외의 가족형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씨는 또 "이전의 호주제가 '부계혈통주의'였다면 새 등록부는 어머니 성을 쓸 수 있도록 해 모계를 도입했지만 '혈통주의' 자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입양돼도 남는 '기아발견' = 친부모에게 버려져 보호기관에 있다 입양된 경우 본인의 기본증명서에는 '기아(버려진아이)발견'이라는 기록이 남는다. 또 친부모의 인적 사항이 확인된 경우 친부모가 부, 모로 기록되고 친권자인 양부모는 양부, 양모로 남는다.

친양자입양 청구재판을 준비하고 있는 대구 대안가정운동본부 김명희 사무국장은 "합법적 절차인 양자입양절차 대신 허위 출생신고를 했다면 아이의 기본증명서에 '기아발견' 항목이 남지 않았을 것이고 우리 부부가 그대로 부모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친양자입양 재판을 청구하려면 생부모로부터 친양자입양동의서와 승낙서, 인감증명서를 받아야 하는데 생부모를 어떻게 찾아내느냐"며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을 친양자입양으로 자동전환 하거나 간단한 절차를 통해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철저하게 혈연관계에만 입각한 규정에 따라 재혼가정 아이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새 엄마나 새 아빠가 가족으로 등재되지 않고, 재혼한 사람의 가족관계증명서에는 전 배우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의 기록이 남는다.

또 아이를 낳아 호적에 올렸다가 친권을 포기하고 입양 보낸 비혼모의 가족증명서에는 입양보낸 아이가 자녀로 기록된다.

◇이주여성의 신분증명 =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대다수의 이주여성은 기본증명서가 없다. 배우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외국인등록번호나 생년월일 없이 한글로 된 이름만 기재돼 있다.

오래 전에 한국에 온 일본인의 경우 당시 일본이름을 한국식 한자 읽기에 따라 기재했기 때문에, 당시의 혼인증명서와 새로 등록된 가족관계등록부의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천여성의전화 김성미경 부회장은 "이 한글 이름마저 기준도 없이 발음되는 대로 적어 본인도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들을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전화연합에 접수된 사례에는 "생년월일과 주민번호, 본적이 공란으로 나타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일 경우라고 하는데 국제결혼한 외국인 배우자는 다 사망한 사람처럼 나타나는 셈"이라는 하소연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은행에서 자녀의 통장을 만들거나 자녀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도, 여권을 대신 만들수도 없고, 한국인 배우자를 대신해 어떤 계약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증명서에는 외국인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등록증을 남편이나 가족, 결혼중개업자들이 보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주여성들의 자율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최소 2년을 국내에 체류하고 국적신청을 하는 경우 주민등록을 받는데 3-4년이 걸리며 이 유예기간에 이런 기본권 침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김성 부회장은 "최소한 증명서에 여권에 기재된 본국이름이나 영문이름을 기록해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고 필요한 경우 외국인등록번호를 기재해 사회적 신분관계를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정보공개 요구 = 호주제에 비해 '나'를 기준으로 하는 기본증명서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 진일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취업할 때는 공공.민간 부문을 불문하고 기본증명서 외에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하고 있다.

여성민우회 이원형 씨는 "가족관계증명서로 인해 간접적으로 이혼 사실이 드러나는 문제 이전에 왜 정부와 기업이 가족관계증명을 필요로 하는지 묻고 싶다"며 "입사 뒤 가족수당 지급이나 학자금 대출, 연말정산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본증명서에 자신에 대한 친권자 변경기록이 남고, 발급권자가 제한되는 친양자입양기록도 주민등록초본을 떼면 입양 전 성명이 고스란히 확인된다는 사례도 접수됐다.

주민센터에서 직원이 큰 소리로 개인정보를 확인하거나 심지어 이혼한 민원인에게 "결혼했어요? 아니네. 그런데 애가 있네?"라고 말하는 등 사생활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마음의 상처를 더하는 사례들도 많았다.

사례를 접수하고 분석한 여성의전화 김홍미리 씨는 "(가족관계등록법은) 국가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되는 '아웃팅'(자신의 동성애 사실을 자의가 아닌 타인의 고의에 의하여 밝히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발설이 아니라 그 사실이 알려질 때 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가 갈 것을 예상하면서도 저지르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없나 = '목적별신분등록법제정을위한공동행동'(공동행동)에서 활동해 온 김원정 씨(전 민주노동당 여성정책연구원)는 "이런 문제들은 새로운 신분등록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 한 2004년부터 예견돼 왔고 호적제도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한 문제들"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가족관계'를 규정하는 법안의 명칭 자체를 수정하고 본(本) 개념을 삭제할 것, 혼인 외 자녀를 구별해 기재하지 말 것, 각 증명서에서 변동부를 분리 발급하고 변동부 발급을 제한할 것 등을 요구해 왔다.

김씨는 "혈연중심의 가족주의를 극복하고, 제도의 목적은 '국민관리'가 아닌 '인권보장'이 기본 원칙이 되야 하며,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공시 기능은 개인정보 보호의 원칙과 상충되지 않아야 한다"고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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