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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력 아줌마의 비애·싱글녀 공허함에 '명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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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3,101회 작성일 07-11-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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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학력 아줌마의 비애·싱글녀 공허함에 '명약'은…

겨울이 일찍 찾아온 탓일까. 음울한 날씨, 종아리가 아릴 만큼 시린 바람에 마음까지 울적하다. 특히 서툰 육아와 살림, 자기 정체성 혼돈으로 때 이른 우울증을 앓는 30대 여성들〈조선일보 11월 13일자 A12면 보도〉에게 겨울은 우울감을 심화시키는 계절. 햇빛 양이 줄어 멜라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기는 데다, 운동량이 부족하고 야외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연말을 상징하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도 우울감을 부추긴다. 남들은 즐거워 보이는데 세상에서 나만 외톨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 물론 움츠려만 있으면 더욱 악화될 뿐이다.

여기, 지독한 울적함을 극복하고 씩씩한 아줌마 대열로 들어선 20~30대 여성들 이야기가 있다.
 
 고민 함께 나눈 이야기 친구들 덕분에 웃음을 되찾았어요.”왼쪽부터 서정원, 김태은, 유태선, 전효실, 정보아씨.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시어머니와 MBTI 하세요

국악을 전공한 두 아이의 엄마 유민희(28)씨의 육아 우울증 극복기가 재미있다. 며느리 우울증의 주 원인인 시어머니와의 갈등을 지혜롭게 극복한 경우. “어머니와 함께 MBTI(성격유형지표)를 했는데 전혀 반대 지점에 서 있더라고요. 그걸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요.” 대학원까지 졸업한 고학력 아줌마의 비애는 하루 20분 명상을 통한 마인드 콘트롤로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인생은 선택’이란 좌우명으로 1년 넘게 나 자신과 싸우고 있죠. 내가 일 대신 아이를 선택해서 분명히 좋아진 부분도 있을 텐데, 무작정 ‘일을 해야 한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그게 보이지 않았던 거죠.”

직업이 없다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결혼 7년차에 원인 모를 우울증에 빠진 놀이치료사 정보아(37)씨는 자신에게 한 달에 한 번 ‘자유시간’을 선물하면서 우울의 늪에서 빠져 나왔다. “누군가를 위해 헌신한다는 보람이 컸는데 어느 날 문득 내 것은 하나도 없다는 허무함이 밀려들었어요.” 고민 끝에 주말 하루 남편에게 모든 걸 일임한 뒤 친구와 함께 미술관에 갔다. 변변한 외출복이 없어 큰맘 먹고 카드도 그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좋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때문에 가끔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해요. 한 달에 한 번이라도 혼자만의 시간, 부부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다 잘하고 싶다? 수퍼우먼 콤플렉스 금물

육아 때문에 시댁과 살림을 합치면서 우울증에 걸린 방송작가 서정원(31)씨는 수퍼우먼 콤플렉스를 버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도 잘하고 싶고, 시댁에서는 며느리 잘 봤다 소리도 듣고 싶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한다는 욕심 때문에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어요.”
주위의 조언으로 일 주일에 한 번씩 ‘품성 코칭 그룹’에 참여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단지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푸는 게 아니라 삶의 지혜를 주고받아요. 지혜·감사·인내·용서·칭찬 등 다양한 ‘품성 카드’를 하루 한 장씩 뽑아 남편과 함께 실천하려고 노력하지요.”

서른한 살 싱글인 방송작가 김태은씨도 이 코칭그룹의 멤버. 결혼에 대한 압박,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우울해하다 그룹에 참여하게 됐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간접 체험하면서 인생공부를 해요.”

연년생 아이를 낳고 우울증에 걸렸다가 회복된 아시아코치센터 전효실 코치는 “엄마의 자리가 축복받은 자리라는 걸 의식하고 맘껏 누리게 해주는 분위기가 중요한데 우리 사회는 이걸 고통으로만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일단은 자신의 선택을 믿고 같은 고민을 가진 다양한 소그룹에 참여해 삶의 지혜를 나누라”고 조언한다.

‘내가 당신 때문에 살아’ 한마디가 명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우울증을 치료할 때 남편은 물론 시부모, 친정부모도 함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세대보다 자아와 자존감이 강한 만큼 ‘누구 아내’ ‘누구 엄마’에서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할 수 있는 목표를 찾게 하고 격려해줘야 한다는 것. 특히 남편의 태도는 결정적인 변수다. 아내를 위로한다며 “왜 이렇게 약해졌어” “별 문제 아니야”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은 대화를 차단하는 지름길. 맞벌이 아내인 경우 가사 부담을 가중시켜서는 안 된다. 품성 코칭 강사인 유태선씨는 “어쩌면 당신의 아내는 단지 따사로운 날씨에 푸른 잔디에 누워 풀 향기를 맡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면서, “여성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말에 남편이 1%만 더 귀 기울여주고, 1%만 더 아이 키우기와 살림에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당신 때문에 살아’라는 말 한 마디가 명약이 될 수 있답니다. ”

이 밖에 전문가들이 원하는 우울증 대처법은 다음과 같다. ▲하루 30분씩 운동한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라. ▲항우울제 효과가 있는 아로마 테라피도 효과적. ▲녹황색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어라. ▲술은 혼자서 말고 여럿이 함께. 단 1주일에 한 번만. ▲충분히 자라. ▲문제는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하라. ▲목표를 세우고 바쁘게 살아라. ▲심한 경우 약물치료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김윤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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