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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갯불 콩볶듯’ 결혼…몇달만에 깨진 ‘단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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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3,239회 작성일 07-02-06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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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갯불 콩볶듯’ 결혼…몇달만에 깨진 ‘단꿈’

[한겨레] 2005년에 결혼한 한국인 100명 가운데 13명 이상이 외국인과 결혼했고 특히 농림어업 종사자는 36%가 외국여성과 결혼했다. 상업화된 국제결혼은 이미 되돌리기 어려운 우리 사회의 하나의 현상이 됐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국제결혼 가정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잘 뿌리내리게 해 폐쇄적인 순혈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게 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새 한국인, 결혼이주자들은 누구이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도는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결혼이민자 주요배출국인 베트남, 캄보디아와 우리보다 10여년 앞서 국제결혼을 통해 ‘새 이민시대’에 들어간 대만을 찾았다.

베트남 22살 처녀 구엔 가난 벗으려 만난 한국남자
40대라더니 60살…“속았다” 정보없이 무모하게 간 한국행
말 안통한 남편이 자꾸 때려…9개월뒤, 이혼녀 돼 고향으로

중학교 4학년을 졸업하고 호치민의 공장에서 일하던 구엔 데이지(가명)는 꿈많은 처녀였다.
 
 호치민 인근 가난한 농가에서 4남매의 맏이로 태어난 그는 열심히 돈을 벌어 어렵게 생활하는 부모님을 돕고 싶었다. 어느날 공장 친구가 한국 남자와 결혼을 중매하는 곳이 있다며 가보자고 했다. 한국에 가면 이런 가난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친구와 함께 중개업체를 찾았다. 등록을 하고 기다리자 얼마 뒤 중개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맞선을 봤다. 아주 많은 남자들 가운데 한 남자가 자신을 선택했다. 남자는 자신은 40대이고 한국에서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다.

결혼식, 신혼여행 등 모든 것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그리고 남편은 돌아갔다. 남편이 주고간 서류로 혼인신고를 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40대라고 하던 남편의 나이는 60살이었다. 구엔의 나이 22살.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중개업체가 부모님에게 뭔가 서류를 받아갔는데 결혼을 안하면 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주변 친구들이 말했다. 부모님께 경제적 어려움을 드릴 수는 없었다.

2003년 가을 한국으로 왔다. 처음 한 지방도시 아파트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했다. 남편은 장사를 한다고 아침 일찍 나갔다 밤늦게야 돌아왔다. 한국말을 모르는 그에게 남편이 나간 뒤의 아파트는 감옥이었다. 몇 달이 안돼 남편의 손찌검이 시작됐다. 말이 안통해 그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어 쩔쩔맬 뿐이었다. 손찌검 회수는 점점 늘어만 갔고 폭력의 강도도 세졌다. 견디다 못해 중개업체에 호소했다. 다행히 중개업체가 쉼터에 보내줬고 쉼터의 도움으로 베트남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호치민 공항을 떠난지 9개월만이었다. 새 삶의 꿈을 안고 떠났던 여행은 짧았지만 그에게 긴 상처를 남겼다.

고향에 돌아온 구엔은 9개월 전의 그가 아니었다. 꿈많은 처녀는 이혼녀로 변했다. 이웃의 손가락질이 두려워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주위의 시선보다 그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한국에서 이혼결정이 아직 안내려져 베트남 호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적자라 제대로 된 직장도 구하기 어렵다. 남편은 위자료만 안달라면 이혼해주겠다고 하지만, 자신을 속이고, 손찌검까지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구엔은 “돌이켜보면 한국행 결정이 너무 무모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한국에 대해서, 그리고 남편에 대해서도 미리 좀 더 정확하게 알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래서 한국 사람과 결혼하려는 사람에게 잘 알아본 뒤 신중하게 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내가 겪은 불행은 남의 일일 뿐이라고 여긴다”며 웃었다.

 16일 프놈펜 한국 대사관 영사과에서 만난 스랭 나딘(가명)이란 캄보디아 여성도 처지가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그는“한국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라요. 남편도 외국계 기업에 근무한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어요. 만난 지 하루 만에 결혼했거든요.” 비자 인터뷰만 끝나면 한국으로 간다는 그는 영사면접에서 남편의 이혼경력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남편도, 중개업체도 그런 사실을 알려준 적이 없었단다. 그러나 프놈펜에서 4~5시간 떨어진 농촌 집안의 8남매의 맏이라는 그는 그래도 상관없냐는 질문에 “이제 와서 어떻게 하겠어요”라며 힘없이 웃었다.

복지부 의뢰로 이루어진 2005년 결혼이주여성들에 대한 실태조사에선 중개업체를 통해 결혼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받는 정보가 사실과 다른 경우가 40% 이상 되며 그 가운데 재산이나 소득 등 경제적 상황을 부풀린 경우는 50% 가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개업체를 통해 국제결혼을 하는 한국 남성들이나 그 가족들도 별 준비 없이 결혼을 감행하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15일 프놈펜에서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했다는 김영수(가명)씨는 지방대학 교직원이다. 여러 차례 맞선도 보았지만 번번이 부모님을 모시는 문제가 걸림돌이 돼 틀어지면서 나이 40이 넘어버렸다. 주변에서 국제결혼을 권했고 마침 방학을 맞아 한번 가보기나 하자고 중개업체를 따라나섰다가 덜컥 결혼을 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 밖에 없다고 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있어 결혼을 하긴 했는데 걱정이 안되는 것은 아니예요. 아내가 한국에 오면 우리말이나 문화를 열심히 가르쳐야겠지요.”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지 1년 정도 됐다는 윤경환(가명)씨는 “외국인과 결혼생활이 이렇게 어려운 줄 미리 알았더라면 못했을 것”이라며 그게 그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문화적 차이가 생각보다 큰 데 말마저 통하지 않으니 어떻겠느냐”면서 가족들의 이해부족까지 겹치면 감당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는 그는 남성은 물론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원 캄보디아 주재 영사는 “문화적인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차이를 이해하게 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까지 없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뻔하지 않냐”며 “그런데도 사전교육을 요구하거나 허위정보 제공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영사면접 때 기본적인 한국생활의 어려움을 알려주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호치민, 프놈펜/권태선 순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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