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피할 수 없다면 잘 싸우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상담소 댓글 0건 조회 2,941회 작성일 07-05-18 15:17본문
Life Style]부부싸움, 피할 수 없다면 잘 싸우자"
[동아일보]
《20대 후반의 A 씨 부부는 최근 말 한 마디 때문에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A 씨가 잠자리에서 “사랑한다”며 다가서자 부인이 “싫다”고 응수한 것.
남편은 이 말을 몇 차례 들은 뒤 마음이 크게 상했고, 급기야 사랑이 식었다는 오해까지 하게 됐다.
두 사람은 부부클리닉에서 상담한 끝에 섹스에 관한 ‘부부만의 사인’을 갖기로 했다.
섹스에 관한 자신의 상태를 번호로 나눴다. 1번 ‘매우 원한다’, 2번 ‘원한다’, 3번 ‘보통이다’,
4번 ‘별로 원하지 않는다’, 5번 ‘절대 원하지 않는다’.
“나 오늘 1번인데….”(A 씨)
“오늘 일도 많고 피곤했어. 정말 미안하지만 난 5번이야.”(부인)
“근데 무슨 일 때문에 그렇게 피곤했어?”(A 씨)
부부의 대화가 달라졌다.
이제는 번호 사인을 계기로 성(性)은 물론 상대방의 감정과 몸 상태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누게 됐다.》
21일은 올해 처음으로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부부의 날이다.
이상적인 부부 관계는 말다툼 한 번 없이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되도록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르다.
2003년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부부싸움을 했는가’라는 질문에 76.3%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20대가 83.3%로 가장 높았고, 30대(82.9%) 40대(79.3%) 50대 이상(65.7%)의 순으로 나타났다. 젊고 사랑이 뜨거우면 다툴 일도 그만큼 많은 셈이다. 불가피한 것이 부부싸움이라면 싸우더라도 잘 싸워야 한다. 부부싸움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은 침묵
성신여대 채규만 교수(심리학)는 “건강한 부부는 ‘잘’ 싸운다”며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싸우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싸움의 형태가 폭력적인 것이 아니라면 서로 차이점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불가피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B 씨.
이들 부부도 가끔 격렬하게 부부싸움을 한다. 하지만 4가지 규칙은 반드시 지킨다.
첫째, ‘적절한’ 싸움 장소를 찾는다. B 씨가 자주 사용하는 싸움 장소는 아내의 피아노 교습 목적으로 집안에 꾸민 피아노 방이다. 방음벽이 설치돼 있어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퍼붓는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두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다짐 때문이다. 이곳이 여의치 않다면 자동차 안, 동네 놀이터, 뒷산 약수터 등 인적이 드문 곳을 찾는다.
둘째, 일단 싸움을 시작하면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뱉어낸다. 이런 부분까지 말하면 치사해 보일까 봐 하지 못한 사소한 것까지 입에 올린다. 마음에 남아 있는 앙금이 나중에 또 다른 부부싸움의 불씨가 되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싸움의 클라이맥스가 지나면 호흡 조절의 시간을 갖는다. 싸움은 당일로 끝내는 것이 절대 규칙이다. 실컷 싸운 뒤 2, 3시간은 따로 있으면서 싸움의 원인과 과정을 차분하게 돌이켜 본다. 장난처럼 보이지만 매우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네 번째는 ‘침대 공유’의 원칙이다. 싸운 날은 반드시 한 침대에서 잔다. 상대방이 꼴도 보기 싫다며 등을 떼밀어도 같은 침대에서 잤다. 설령 부부싸움에서 오해가 모두 풀리지 않아도 신체 접촉의 기회가 늘어나 화해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싸움에 관한 고정관념을 깨라
부부싸움에 관한 의외의 조사 결과도 있다.
2003년 가족경영연구소가 기혼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4.9%가 ‘부부싸움 뒤 관계가 좋아졌다’고 응답했다. ‘나빠졌다’(15.6%)는 답변보다 훨씬 많았다.
결혼 초기에는 B 씨도 부부싸움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부부싸움을 심각한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외식하는 정도의 집안 행사로 여긴다. 부부싸움은 서로 바쁘게 생활하면서 생긴 오해를 풀고 좀 더 서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대화의 시간이나 이벤트다.”
부부싸움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싸움을 무조건 피하기만 한다면 제대로 된 치료 없이 병을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30대 초반인 C 씨의 부부싸움 사인은 ‘술 한 잔 먹자’는 것이다.
이들의 첫 부부싸움은 취미 활동으로 등산을 함께 가자고 한 남편의 제안을 전날 늦게 귀가한 부인이 거절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틀간의 냉전이 이어졌다. C 씨는 화가 나자 침묵을 지켰고, 부인은 그런 모습을 더욱 싫어했다. 그러다 술을 한잔하게 됐다.
“술을 마시니까 어느새 서로 말을 하고 있더군요. 제 주량은 소주 3병, 와이프는 2병인데 둘이 소주 4병 먹고 기분이 풀어졌어요. 집에 가는 길에 맥줏집에 들르고 다시 노래방까지 갔습니다. 다음 날 머리가 깨질 듯 아팠지만 화해를 했죠.”(웃음)
○부부싸움에도 반드시 룰이 필요하다
부부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복합적이지만 경제적인 문제, 가정 내 역할과 책임, 주도권을 잡기 위한 ‘투쟁’, 성적인 갈등, 질투와 독점욕으로 배우자를 통제하는 병적인 경우 등으로 크게 나뉜다.
부부싸움은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따라서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가형이다. “형편없어” “왜 그 모양이야” 등과 같은 말은 피해야 하는 금기 표현이다.
멸시형도 경계 대상이다. “그것도 못하면서” “월급은 쥐꼬리면서…”처럼 상대방을 모욕하는 발언을 삼가야 한다. 특히 배우자 가족을 싸잡아서 비난하는 것은 부부싸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너 때문에…”와 같은 책임전가형이나 상대방의 주장에 아무 반응이 없는 ‘벽쌓기’ 형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네 가지 유형의 부정적인 의사소통은 90%가 이혼으로 끝난다는 통계도 있다. 각자 부부관을 되짚어보고 대화기법도 익혀야 한다. 부부는 한 팀이다.”(채규만 교수)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부부싸움의 기술
#싸움의 수위를 정하라
싸움은 속성상 감정적이고 소모적이다. 불필요한 싸움은 사람을 지치고 멍들게 한다. 먼저 싸울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라. 부분적 개선이나 해결이 가능하다면 싸움이 아닌 다른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이기려고 하지 마라
부부싸움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 서로에 대한 불만을 알고 화해를 하기 위한 것이 부부싸움이다. 말싸움에서 일방적으로 이긴다면 그것은 상대방에게 또 다른 상처를 남긴다. 이긴 것처럼 보여도 더 큰 불씨를 남길 수 있다.
#상대방의 눈을 보라
이왕 에너지를 들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운다면 제대로 태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눈을 피하는 자세는 의미 있는 의사소통의 장애물이다. 눈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내 느낌을 먼저 보여라. 불만은 그 다음이다
‘나는 이래서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만부터 시작하면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 치닫게 된다. 배우자의 협조와 동의를 구하는 의사 전달 방식이 방어의 벽을 낮출 수 있다.
#말 한마디가 더 큰 싸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부부싸움의 언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상대방의 말을 끊어서는 안 된다. 욕설과 험담은 금물이다. 상황을 개선시키려는 유머도 놀리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마음의 브레이크를 먼저 밟아라
마음이 격해진다 싶으면 스스로 감정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 가속화되는 싸움은 서로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 점점 자제력을 잃고 있다면 먼저 마음의 브레이크를 걸고 냉정을 찾아야 한다.
#샛길로 빠지지 말아라
화제가 초점에서 벗어났다면 즉각 주의를 돌려 원점으로 돌아온다. 대부분 화가 나면 과거의 불쾌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떠오른다. 시댁이나 처갓집 식구들을 입에 올리는 것도 더 큰 싸움의 원인이 된다.
#타임아웃을 정하라
싸움의 전체 시간은 15분이 넘지 않도록 한다. 시간이 길어지면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다시 휴식을 취한 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 싸움 뒤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 배우자의 요구와 소망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화해는 모래성이다
싸움으로 인한 분노, 좌절, 실망감은 일정 시간 지속되는 감정들이다. 따라서 각자가 이 감정들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 없이 선물이나 섹스를 통한 화해는 자칫 반감을 초래할 수 있다.
#먼저 화해의 표시를 보여라
일정 시간이 지나면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부부관계 회복의 기회를 만든다. 문제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화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싸움이 화해로 잘 마무리되면 문제 극복에 큰 도움이 된다.
김선희 부부클리닉 원장 김선희(임상심리전문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